사진=앳에어리어 제공 ‘명곡’이라는 두 글자가 아깝지 않다. 밴드 리도어의 데뷔곡 ‘영원은 그렇듯’은 2021년 발표된 이후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들의 이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이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사운드가 후반으로 갈수록 겹겹이 쌓이고, 쓸쓸한 정서를 머금은 노랫말이 어우러지며 리도어만의 색깔을 일찌감치 각인했다.
특히 “오 난 여름밤을 눈물로만 가득 채웠어요 / 오 난 겨울밤도 그리움에 모두 덮혀질까 두려워요”라는 대목은 곡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나간 여름과 아직 오지 않은 겨울의 한가운데에 선 화자는 이미 끝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사랑의 영원을 떠올린다. 뜨거웠던 계절이 지나고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금과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노랫말이다.
곡이 말하는 ‘영원’도 낭만만을 뜻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쉽게 영원을 약속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 약속만큼 지키기 어려운 말도 없다. 리도어는 데뷔 싱글을 소개하며 “영원은 그렇듯 거짓이겠죠. 그럼에도 우린 계속해서 영원을 약속하겠죠”라고 적었다. 모두가 그 모순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다시 영원을 입 밖에 내는 마음을 노래에 담았다.
한글 가사를 중심으로 감정을 직설적이면서도 시적인 문장에 담는 방식은 이후에도 리도어 음악의 중요한 축이 됐다. 모던 록을 바탕에 두면서도 오래된 인디 발라드를 떠올리게 하는 서정성과 몽환적인 분위기, 한 곡 안에서 서서히 감정을 끌어올리는 전개가 리도어의 강점이다. ‘내 방안은 푸른 바다’, ‘사랑의 미학’을 지나 ‘아직도 사랑하면 안 되는 건가요’, ‘욕망주사기’까지 사랑과 상처, 욕망과 회복처럼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을 꾸준히 음악으로 옮겨왔다.
사진=앳에어리어 제공 리도어는 이등대, 최승현, 박세웅, 주상욱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다. 이등대가 보컬과 기타를 맡아 대부분의 곡을 직접 쓰고, 최승현의 기타와 박세웅의 베이스, 주상욱의 드럼이 그 위에 리도어 특유의 밀도 높은 밴드 사운드를 쌓는다. 발표곡 대부분을 네 멤버가 함께 편곡해 온 만큼 한 사람의 색에 기대기보다 네 악기가 맞물려 팀의 음악을 완성해 왔다.
음악을 차곡차곡 쌓는 동안 무대의 크기도 커졌다. 인디 신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리도어는 지난해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비롯한 국내 주요 페스티벌에 잇따라 이름을 올렸고 대만, 독일, 일본 등 해외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이틀간 진행한 단독 콘서트 ‘페더스’를 전석 매진시켰다.
올해는 한 단계 더 올라섰다. 글로벌 기타 브랜드 펜더가 전 세계 신예 기타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펜더 넥스트 2026’에 한국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8개국 15팀이 선정됐으며, 펜더는 리도어가 보여준 음악적 독창성과 가능성에 주목했다. 국내 인디 신에서 출발한 밴드가 해외 무대를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셈이다.
공연장에서 확인되는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리도어는 오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메모리’를 연다. 지난해 예스24 라이브홀보다 공연 규모를 키웠지만 전 좌석을 매진시키며 다시 한번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그에 앞서 16일에는 네 번째 EP ‘메모리’를 발매한다. ‘영원은 그렇듯’으로 이름을 알린 뒤 국내 주요 페스티벌과 해외 공연에 잇따라 오르며 무대를 넓혀온 리도어는 이제 올림픽홀까지 단독 공연 규모를 키웠다. 자신들이 잘하는 음악을 꾸준히 내놓고 무대에서 이를 증명하며 한 단계씩 성장해온 만큼, 새 앨범을 기점으로 보여줄 다음 행보에도 기대가 모인다.
리도어 멤버들은 일간스포츠에 “올림픽홀은 밴드라면 꼭 한번 서보고 싶은 무대라 저희에게도 의미가 크다. 그 무대에 이름을 걸고 공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스럽다”며 “많은 분이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만큼, 몇 배로 보답할 수 있는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새 앨범 ‘메모리’는 저희가 진정 좋아했던 음악이 무엇인지, 또 어떤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지 많이 고민하며 만든 앨범”이라며 “그만큼 어느 때보다 리도어다운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