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결승타를 때려낸 SSG 랜더스 오태곤. 고척=김수민 기자 "저도 모르게 시간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베테랑 오른손 타자 오태곤(35·SSG 랜더스)이 존재감을 보여줬다.
오태곤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7회 대타로 투입, 결승타 포함 2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의 활약을 앞세운 SSG는 1-6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9-6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오태곤의 별명은 '9시의 남자'이다. 경기 후반 승부처마다 대타로 등장해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의미인데 이날도 비슷했다. 첫 타석은 '별명'보다 조금 이른 오후 8시 45분이었지만, 어김없이 그가 해결했다. 3-6으로 뒤진 7회 초 1사 1·3루에서 안상현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추격의 적시타를 때려냈다.
9회에는 더욱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6-6으로 맞선 무사 1·2루에서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로 결승타를 뽑아냈다. 번트 자세로 상대의 빈틈을 만든 뒤 강공으로 전환, 키움 마무리 투수 가나쿠보 유토의 직구를 노련하게 받아쳤다. SSG는 오태곤의 적시타 이후 2점을 추가해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반 승부처마다 대타로 등장해 존재감을 발휘하는 오태곤. SSG 제공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오태곤은 "대타는 못 치면 나 때문에 진 것 같기 때문에 항상 부담된다"며 "(이날은)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9시의 남자'라는 별명에 대해서 그는 "원래 항상 뒤에 나가는 선수인데 시간이 그쯤이라 팬분들이 별명을 지어주신 것 같다"며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저라는 선수를 팬분들이 그렇게라도 기억해 주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신도 모르게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오태곤은 "감독님이 '태곤아, 이 타석에 나간다'고 언질을 주시면 나도 모르게 시간을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9시가 되면 하늘이 좀 도와주려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최대한 의식 안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를 대표하는 베테랑 타자인 오태곤. SSG 제공 이날 승리로 SSG는 순위도 9위에서 8위로 한 계단 끌어올렸다. 순위를 의식하냐는 질문에 오태곤은 "랜더스 팬들이 많다. 팬분들이 돈을 내고 야구 보러 오셨으니 단 1승이라도 팬분들께 선물해 드리는 게 선수로서 도리인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SSG에는 또 다른 동기부여도 있다. 바로 2028년 개장할 신축 구장인 '청라돔 시대'다. 오태곤은 선수단 모두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년 시즌도 있고, 우리는 '청라돔 시대'라는 게 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은 거기에 맞춰서 감독님 눈에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