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수 임찬규(왼쪽)와 외야수 박해민이 수비를 마친 뒤 밝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IS 포토 LG 트윈스 '토종 에이스' 임찬규(34)는 상대가 친 타구가 중견수 박해민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순간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웠다.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팀이 0-1로 끌려가던 3회 말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임찬규는 두산 김민석과 승부했다. 초구 시속 125㎞ 체인지업에 김민석이 배트를 돌렸다. 임찬규는 "공이 뜨는 순간 처리하기 쉬운 플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좌타자 김민석이 친 타구는 예상보다 더 좌중간으로 흘러 나갔고, 박해민의 수비 위치는 다소 우측으로 치우쳐 있었다. 경기 뒤 임찬규는 "(박)해민이 형 위치를 보고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과 박해민(왼쪽), 임찬규(오른쪽)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러나 임찬규는 3루측 더그아웃(원정) 방면으로 발걸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사실 홈 뒤로 백업을 가야 하는 상황인데, 해민이 형이라 그 자리에서 지켜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박해민이 왼팔을 쭉 뻗어 타구를 잡은 뒤 그라운드에 넘어졌다. 임찬규는 글러브 박수와 함께 엄지를 치켜 들었다.
이 타구가 빠졌더라면 1루 주자 양의지까지 충분히 홈을 노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임찬규의 실책성 플레이로 지적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일에 대비해 홈 백업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LG 박해민과 임찬규. 김민규 기자 임찬규는 "역시 해민이 형이 다이빙을 해서 잡았다"라며 "라커룸에 들어가서 '감사하다'고 이야기 하겠다"고 웃었다.
3회 말 실점 위기를 막은 LG는 4회 초 송찬의의 3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고,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염경엽 LG 감독은 "박해민의 3회 호수비로 추가점을 주지 않아 추격의 흐름을 만들었고, 송찬의의 3점 홈런이 나오면서 이겼다"고 평가했다.
이날 수비의 도움을 얻었지만, 임찬규도 마운드에서 '토종 에이스'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임찬규는 이날 6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4연승을 달린 그는 시즌 13승(4패)으로 두산 최민석과 다승 공동 선두가 됐다. 2023년 10월 15일부터 두산전 5연승(평균자책점 2.83)을 달리며 '곰 사냥꾼'의 면모를 과시했다. LG 임찬규가 1일 잠실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구단 제공 임찬규는 이날 승리로 개인 통산 99승째를 달성, 통산 100승까지 1승만 남겨놓았다. 구단 역대 최다승 3위.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 중인 임찬규가 이런 페이스를 이어 나간다면 김용수(126승)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일단 구단 역대 최다승 2위 정삼흠(106승)의 기록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날 개인 통산 1500이닝 투구를 달성한 임찬규는 "앞으로 2000이닝, 더 많은 이닝에도 도전하고 싶다. 올해 잠실야구장이 마지막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임찬규의 통산 '99승'은 LG에 큰 의미가 있다. LG는 5위 두산과의 승차를 3경기로 벌렸고, NC 다이노스에 덜미를 잡힌 KIA 타이거즈를 끌어내리고 3위로 올라섰다.
임찬규는 "그라운드 사정도 그렇고, 우리도 상대팀도 많이 힘든 경기였는데 승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라며 "팬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께서 포기하지 않는 한 저희도 끝까지 싸워서 마지막 잠실에서 트윈스가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