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도자 경력은 철저한 데이터 및 비디오 분석을 통해 시작됐다."
과거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대표팀 임시 감독이 스페인 매체를 통해 공개한 발언이다.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첫 번째 스페인 출신 지도자가 된 그의 장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레노 감독은 1일 한국 축구 대표팀의 임시 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2026년도 제7차 이사회를 열어 모레노 감독의 대표팀 임시감독 선임안을 의결했다. 모레노 감독을 비롯해 전원 스페인 출신의 코치진이 꾸려졌다.
모레노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여파로 물러난 홍명보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는다. 협회와 임시 계약을 맺은 모레노 감독은 9월과 10월, 11월 기간 A매치 6경기를 지휘한다. 계약 기간은 11월 27일까지다. 협회는 평가에 따라 내년 1월 열리는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한 거로 알려졌다.
모레노 감독은 흔히 말하는 '스타 출신' 지도자는 아니다. 짧은 선수 커리어를 마친 뒤 비디오 분석관을 맡아 지도자의 길을 길었다.
이후 행보는 굵직하다. 모레노 감독은 지난 2010년 바르셀로나 B팀의 비디오 분석관으로 활약하며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보좌했다. 이후 엔리케 감독을 따라 AS로마(이탈리아), 셀타 비고,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까지의 여정을 함께 했다. 이 기간 분석관과 수석코치를 맡은 그는 바르셀로나 시절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을 이뤄 이름을 알렸다.
이후 셀타의 수석코치를 거친 모레노 감독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딸의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엔리케 감독을 대신해 스페인 A대표팀의 수석코치와 임시 감독을 거쳐 정식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최근 성적은 다소 엇갈린다. 2019~20시즌 중 AS모나코(프랑스)에 부임했으나 13경기 5승(3무5패)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남긴 뒤 구단과 불화로 동행을 조기에 마쳤다. 이후 그라나다(스페인), 소치에서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팀을 떠났다.
모레노 감독은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쌓아 온 빌드업 축구를 구사하고, 분석관 출신답게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로 꼽힌다.
소치 시절엔 다소 황당한 루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월 현지 매체가 소치 단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모레노 감독이 과도한 인공지능(AI) 사용으로 인해 경질됐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다. 해당 주장에는 모레노 감독이 AI를 활용해 훈련 및 전술을 짜고, 선수를 영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모레노 감독은 4월 스페인 마르카, 스포르트 등에 공식 서한을 보내고, 방송에 출연해 해당 루머에 반박했다. 당시 그는 "업무에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맞지만, 모든 결정은 나와 코치진이 직접 내린다"고 루머에 선을 그었다. 이어 "내 지도자 경력은 애초에 철저한 데이터 및 비디오 분석을 통해 시작됐다. 그것이야말로 내 전문 분야이자 초창기에 차이를 만들어낸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번역을 위해 AI의 도움을 받았으며, 선수 영입 역시 코치진과 합의를 통해 이뤄진 거라 반박하기도 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