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롯데와 두사 베어스전을 앞둔 서울 잠실구장. 원정팀 사령탑 브리핑을 앞둔 오후 5시 30분께, 3루쪽 라커룸에서 갑자기 큰 함성 소리가 들렸다. 롯데 선수들이었다. 뭔가에 환호하는 소리였다. 훈련 진행 간 나오는 기합으로 보긴 어려웠다.
이내 롯데 포수 손성빈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더그아웃에 나타났다. 이내 취재진을 향해 "키움(히어로즈)이 이겼어요"라고 두 차례 외치며 눈을 반짝였다. 이 경기는 7-2, 5점 리드 속에 KIA 타이거즈가 9회 말 수비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베테랑 백업 포수 김재현이 얼티밋 그랜드슬램(ultimate grand slam)을 해냈다. 3점 밀린 채 맞이한 마지막 공격에서 친 끝내기 만루포를 말한다. 통산 7홈런뿐이었던 150㎞/h 중후반 강속구를 뿌리며 KIA 뒷문지기로 거듭난 이의리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같은 야구 선수로서 극적인 승부를 본 쾌감이 첫 번째, 금주 주중 3연전에서 만나는 KIA 타이거즈의 기세가 꺾인 걸 반기는 마음이 두 번째였을 것 같다. 롯데 선수단 함성의 배경 얘기다.
통상적으로는 뒤집기 힘든 차이다. 야구인들은 한 달에 3~4경기 차만 따라잡아도 선전한다고 본다. 22일 기준 6위 롯데와 3위 KIA의 승차는 9경기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도 마지막 9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포스트시즌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롯데는 3위를 지키다가 거짓말 같은 8월 12연패로 상승세가 꺾였다. 야구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이 상황을 들은 김태형 롯데 감독은 '내가 할 게 없겠다'라는 의미의 반응을 보였다. 웃어 보이기도 했다. 선수단이 여전히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보고 있는 걸 반기는 눈치였다.
롯데는 23일 두산전에서 패하며 6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최근 타선의 공격력이 나쁘지 않다. 롯데가 키움이 극적으로 승리하며 넓힌 KIA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을까. 포기는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