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2014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박지성(왼쪽)과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AP=연합뉴스
영국 현지 매체가 차기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두고 "한국의 태양은 지고, 일본은 떠오르다"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6일(한국시간) 'EPL에서 한국의 태양은 지고 일본은 떠오르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다루며 21년 만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상황을 조명했다.
과거 아시아 및 한국 소식을 다룬 존 듀어든 기자는 매체를 통해 한국 축구가 유례없는 최악의 위기 속 잔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는 잔인한 여름"이라고 운을 뗀 뒤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처참하게 실패했고, 경찰은 대한축구협회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엔 외국인 심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2005년 이후 처음으로 EPL에서 한국인 선수를 한 명도 볼 수 없는 시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라고 짚었다.
21년 전 박지성이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한 후, 한국 출신 선수들은 꾸준히 EPL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지성을 시작으로 이영표,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조원희, 김두현 등 코리안리거가 영국 무대를 누볐다. 2015년부턴 손흥민이 이들의 배턴을 넘겨받아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전설적인 커리어를 이어갔다. 특히 손흥민은 팀의 주장으로 활약한 데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듀어든 기자도 이 시기를 돌아보며 "손흥민은 2025년 UEL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구단의 주장이 되었던 성공적인 10년을 마무리했다. 기성용, 이영표, 이청용 등 다정하게 기억되는 다른 태극전사들도 있다. 조원희, 윤석영, 박주영은 거의 뛰지 못했다"며 "어떤 이들은 컬트 영웅 대접을 받는다. 지동원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넣은 극장 결승골은 선덜랜드 팬들에게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며 반면, 길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던 이동국은 미들즈브러 시절 헛발질을 면치 못했다. 불가피하게 성공과 실패가 공존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EPL 수출은 자랑거리가 돼왔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2026~27시즌을 앞둔 현재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손흥민이 LAFC로 떠난 뒤 황희찬(울버햄프턴)만이 유일하게 EPL 무대를 지켰으나, 그의 소속팀은 새 시즌을 앞두고 2부리그(챔피언십)로 강등됐다. 현재 EPL 소속팀에 한국인은 3명있지만, 이들 모두 1군에서 뛸 확률은 작다. 듀어든 기자는 "현재로선 확고한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될 역량이 있어 보이는 다른 한국인 선수는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쇠퇴와 대조적으로 일본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가마다 다이치, 도미야스 다케히로(이상 크리스탈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엔도 와타루(리버풀) 등 일본인 프리미어리거들이 1군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헐시티가 모리타 히데마사, 입스위치가 마에다 다이젠을 영입하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체는 최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몰아세우는 등 선전한 일본 대표팀과 달리, 한국은 조별리그서 굴욕을 맛봤다는 성적표를 떠올리기도 했다.
끝으로 듀어든 기자는 "2012년 맨시티와 전 세계가 '아구에로 모멘트'를 목격하고 있을 때, 한국 팬들은 선덜랜드에서의 유나이티드 경기를 전부 지켜봐야 했다. 그것이 붉은 셔츠를 입은 박지성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지난 5월 번리전에 출전했던 황희찬의 모습이 당분간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마지막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