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투수 김정우(27·두산 베어스)가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올 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기량 발전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김정우는 올 시즌 41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7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0.165,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0.91로 세부 지표 역시 안정적. 특히 불펜 투수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이 15.4%(13명 중 2명 실점)에 불과하다. 이는 리그 평균인 35.4%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그만큼 승계 주자의 실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28일 인천 SSG전에서 투구하는 김정우. 두산 제공
김정우의 반등은 더욱 특별하다. 동산고 출신인 그는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1차 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2군)리그에서 보냈다. 결국 2023년 5월 외야수 강진성(은퇴)과의 맞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기회를 잡은 김정우는 꾸준한 노력 끝에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도약의 중심에는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있다. 올 시즌 김정우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79(이하 스포츠투아이 기준)이다. 지난해 기록한 0.412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낮아진 수치. 변화의 계기는 스프링캠프 기간 활용한 초고속 카메라 '엣저트로닉(edgertronic)'이었다. 빠른 움직임을 슬로 모션으로 구현하는 이 장비를 통해 슬라이더 던질 때의 손 모양과 릴리스 포인트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전력분석팀의 맞춤형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투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김정우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시했고, 김정우는 이를 훈련 과정에 적극 반영하며 슬라이더의 안정성과 위력을 동시에 높였다.
올 시즌 두산의 필승조로 거듭난 김정우. 두산 제공
그는 "손에서 공을 놓는 위치가 달라졌다. 각이 좀 달라진 것 같다"며 "이전에는 횡으로 갔다면 지금은 종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 덕분에 슬라이더가 굉장히 유용해졌다"고 흡족해했다. 이어 "코치님들도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셨다"며 변화 과정에서 받은 믿음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지금의 성공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김정우는 "매 순간이 고비였다. 군대에 있을 때도, 상무에서 전역했을 때도, SSG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도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주변에서 좋은 말로 위로해 주셔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SK와 SSG 팬분들에게 미안하다. 그때도 마음만은 항상 잘하고 싶었는데 따라주지 않았다. 뭔가 다른 팀에 있더라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결혼을 한 김정우는 아내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두산 제공
화려한 부활을 이룬 김정우의 목표는 팀이다. 그는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첫 번째 목표, 팀이 최대한 많이 승리해서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며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팀을 향한 책임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