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MLB) 마운드를 밟으며 굳게 닫혀 있던 미국 야구의 문을 열어젖힌 '코리안 특급' 박찬호.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2026년, 그가 또 한 번 '최초'의 역사를 썼다. 이번에는 글러브 대신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손에 쥔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찬호가 이끄는 투자 컨소시엄 '팀 61'은 2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구단 지분 참여를 공식화했다. 30명의 파트너와 함께 총 7000만 달러(약 1027억원) 를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야구계와 시장 안팎에서는 팀 61이 이번 투자를 통해 애슬레틱스 구단 지분의 약 2~3% 안팎을 확보했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선다. 과거 낯선 미국 땅에서 거듭되는 도전을 이겨내며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증명했던 '선구자' 박찬호가, 이제는 후배들과 한국 야구 산업 전체를 위해 또 다른 차원의 길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LA다저스 시절 박찬호. IS포토
박찬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역할 변화를 '브릿지(Bridge·다리)'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그는 "과거의 저는 한국 야구를 세계에 알리는 상징이었다면, 앞으로는 한국 선수와 팬, 기업과 메이저리그, 그리고 미래 세대를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다"고 역설했다.
그가 파트너로 애슬레틱스를 택한 과정 역시 철저한 계산과 통찰이 엿보인다. 기존 연고지에 확고한 팬 베이스를 갖춘 타 구단들의 높은 진입 장벽을 뚫기 위해, 박찬호는 '연고지 이전'이라는 틈새시장을 정확히 공략했다. 2028년 라스베이거스로의 이전을 앞두고 완전히 새로운 인프라와 팬덤을 구축해야 하는 애슬레틱스의 상황을 파고든 것이다.
박찬호는 "라스베이거스는 NFL, 하키, F1에 이어 메이저리그까지 들어오면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허브가 되고 있다"며 "새로운 팬과 시장을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에서, 한국과 아시아 시장의 훌륭한 자원들이 애슬레틱스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시선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향해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야구단 지분 투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한 그는, 향후 미국의 선진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미 유망주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신축 구장을 발판 삼아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마케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산업적 교두보 역할까지 해내겠다는 포부다.
선수 시절 혼자서 거대한 장벽과 부딪히며 길을 냈던 개척자는, 이제 더 넓고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 한국 야구와 산업을 이끄는 투자 선구자로 진화했다. 박찬호의 두 번째 도전이 메이저리그와 한국 야구의 역사를 어떻게 다시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