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린 최원준. KT 제공2회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린 최원준. KT 제공 KT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9회 1사 만루 위기를 이겨내고 4-3 승리를 지켰다. 후반기 마지막 3연전부터 연승하기 시작한 3위 KT는 2위 LG를 2.5경기 차로 쫓았다.
초반 분위기는 LG가 이끌었다. 1회 말 3번타자 오스틴 딘이 시즌 28호 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단독 1위로 나섰다. KT 선발 로건의 컷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비거리 137m의 대형 아치를 그렸다.
그러나 KT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2회 초 볼넷과 2루타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한승택의 좌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든 뒤 1번 최원준이 LG 선발 톨허스트로부터 3점포를 터뜨렸다. 4-1 역전. KT는 8회 말 2사 1루에서 오지환에게 2점포를 얻어 맞았으나, 9회 말 압박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뛰다가 케일럽 보쉴리의 부상 대체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로건 엘런은 이날 5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역투, KBO리그 복귀 5경기 만에 승리를 낚았다.
KBO리그 복귀 5경기 만에 승리를 따낸 로건. KT 제공 경기 후 최원준은 "첫 타석에서 톨허스트를 처음 상대했다. 1회 삼진을 당했는데, 예전이라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투구 궤적을 본 다음 타석에서 (첫 타석 삼진을 빨리 털어내) 좋은 결과가 나왔다. 맞는 순간 홈런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홈런인 줄 몰랐던 타구가 121.6m를 날아가 잠실구장 담장을 넘겼을 만큼 타격감이 좋다. 최원준이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시즌이 9개(2024년)였는데, 올해는 벌써 8개를 쳤다. 롯데 빅터 레이예스와 타격 선두를 다툴 만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날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최원준의 시즌 타율은 0.361로 KBO리그 전체 1위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타격 재능을 인정 받은 최원준은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다. 그걸 잘 아는 그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하며 긍정적인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 최원준은 "오늘 첫 타석 삼진을 당했을 때 예전이라면 정말 고민했을 거다. 그러나 빨리 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나보다 잘 치는 레이예스도 어처구니 없는 스윙을 할 때가 있더라.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과거 야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인상을 찡그리는 장면이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최원준은 "아내와 (8월 초 태어날) 아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락 사이클을 최대한 빨리 탈출하는 '회복 탄력성'이 올 시즌 그의 맹타 비결이다.
지난해 모자에 '행복' '웃자' '즐기자' 등의 문구를 썼던 그의 모자는 지금 깨끗하다. 최원준은 "나의 마음과 행동이 달라지지 않으면 의미없다고 생각해 마음 속으로 되새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타격 순위도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팀 순위가 정해지고 5경기 정도 남았을 때 신경 쓸까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그래서 순위표는 보지 않는다"며 "대기 타석에 있을 때 내 타율이 보일 때가 있는데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기록' 같다. 누구나 꿈은 있으니까 웃었다.
KT는 지난겨울 최원준과 4년 최대 48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했다. 지난해 극도로 부진(타율 0.242)했던 그에게 큰 계약을 안겨줬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최원준의 올해 성적을 보면 '역대급 저점'에서 KT가 매수한 것이다. "계약서를 수정하고 싶지 않느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그는 "어쩔 수 있다"고 웃으며 "(KT 나도현) 단장님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야구장에서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며 뿌듯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