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러' 박재혁. 라이엇 게임즈 제공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를 지탱하는 양대 산맥인 젠지와 T1의 행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절대 1강'으로 꼽히던 젠지는 핵심 선수의 개인 신상 문제로, 전통의 강호 T1은 경기력 저하와 사령탑 부재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예상을 뒤엎는 '강호 수난 시대'가 개막 직후부터 연출되고 있다.
젠지 뒤흔든 '룰러' 탈세 논란
시즌 초반 가장 큰 충격은 젠지의 스타 '룰러' 박재혁에게서 시작됐다. 최근 조세심판원 결정문을 통해 박재혁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지출한 매니지먼트 비용이 필요경비로 인정받지 못하며 종합소득세를 부과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에 부친 명의의 주식 거래가 조세 회피 목적의 명의신탁으로 판단되면서 증여세와 배당소득세까지 고지된 상황이다.
이에 LCK 사무국은 지난 1일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무국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 및 규정에 따라 향후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중한 접근을 위해 임시 출전 정지 등의 조치는 내리지 않았지만, 규정(조사 협조 의무 및 페널티 인덱스)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부정행위나 은폐 시도가 발견될 경우 엄중한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박재혁은 SNS에서 즉각 사과했다. 그는 "자산 관리 과정에서의 부주의였을 뿐, 고의적인 소득 은폐는 없었다"며 "공인 에이전시 제도가 없던 시절 아버지가 전담했던 업무 비용이 경비로 인정받지 못한 점을 존중하며 관련 세금은 전액 완납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장 3일로 예정된 KT 롤스터전 출전에는 제약이 없을 전망이지만, 팀의 중심축인 원거리 딜러의 심리적 위축과 팀 분위기 냉각은 지난해 정규 리그를 제패하고 국제 대회 우승컵을 휩쓸었던 젠지의 우승 가도에 큰 변수로 떠올랐다.
T1 선수들. LCK 제공
'통신사 더비' 무너진 T1, 날아오른 KT
젠지가 장외 악재에 시달린다면, T1은 장내에서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월즈) 통산 6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던 T1이었지만, 지난 1일 KT 롤스터와의 리그 첫 경기이자 '통신사 더비'에서 세트 스코어 0대 2로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1세트에서 KT 롤스터가 경기 초반부터 상체와 하체 모두에서 주도권을 쥐며 T1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2세트에서는 팽팽한 흐름이 한동안 이어졌지만, 경기 중반 벌어진 한타(총력전)에서 KT 롤스터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이 쿼드라 킬을 터뜨리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T1의 초반 부진을 두고 김정균 감독의 갑작스러운 휴식기 공백이 가시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령탑의 부재 속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분석이다. 경기 후 T1의 탑 라이너 '도란' 최현준은 "감독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식을 취하게 됐는데, 선수단 안에서 휘둘리지 말고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강팀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를 앞두고 "오늘 같은 경기력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2026 LCK는 시작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젠지의 내부 수습과 T1의 경기력 회복 여부가 초반 리그 판도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