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에서 성장해 키움 히어로즈의 단비가 된 입단 6년 차 무명 투수. 배동현(28)은 이제 레전드 류현진(39)과의 선발 맞대결을 고대한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에서 성장해 키움 히어로즈의 단비가 된 입단 6년 차 무명 투수. 배동현(28)은 이제 레전드 류현진(39)과의 선발 맞대결을 고대한다.
개막 3연패에 빠졌던 키움이 4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원정 주중 3연전 2차전에서 11-2로 승리했다. 모처럼 터진 타선도 잘했지만, 경기 중반까지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선발 투수로 나선 배동현이 호투한 덕분이다. 그는 5회까지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개막 3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SSG 타선을 잘 막아냈다. 배동현은 이날 데뷔 처음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배동현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했다. 2021 2차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42순위)에 한화에 지명된 그는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대학 시절 너무 많은 공을 던져 구속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1군 이력도 입단 첫해(2021) 20경기가 전부였다. 상무 야구단에서 복무하며 야구 선수 커리어를 이어갔지만, 소속팀에 복귀한 뒤에도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다.
그런 선수가 키움 유니폼을 입은 뒤 도약 발판을 만들었다. 특히 선발 투수로 등판한 지난달 22일 SSG와의 시범경기에서 피안타 없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주목받았다. 140㎞/h 후반 포심 패스트볼에 낙폭이 큰 슬라이더와 커브를 비슷한 비율로 던지고, 높은 코스 제구도 가능한 체인지업을 보여줬다.
배동현은 원래 불펜 투수 임무를 맡을 예정이었지만, 4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던 김윤하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른 선발 투수는 시범경기 일정이 끝난 뒤 대학 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28일 한화와의 대전 개막전에 '불펜 피칭' 개념으로 나서 약 5년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친정팀 상대로 등판한 이날 경기에서 배동현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앞 투수 김재웅이 주자 2명을 두고 내려간 마운드에 올랐지만, 심우준에게 던진 직구가 통타 당해 7-7 동점으로 이어지는 스리런홈런을 맞았다. 배동현은 후속 타자 오재원에게도 안타를 맞은 뒤 교체됐다. 키움도 9회 끝내기 패전(스코어 9-10)을 당했다.
1일 SSG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고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은 배동현. IS포토
팀에 부채감을 안고나선 SSG 선발 등판. 배동현은 칼을 갈았고, 매 이닝 출루를 허용하며 위기에 빠지면서도 실점을 막아냈다. 그는 "(한화전에서) 그 힘없고 안일한 공 1개로 인해 팀 승리가 날아갔다. 속상한 게 아니라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SSG전에서 그 분풀이를 한 것 같다"라고 했다. 데뷔 첫 선발승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팀의 3연패를 끊어 다행"이라는 소감도 전했다.
무려 5년 동안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멘털을 다잡기 어려운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버텨냈고 비로소 빛을 발했다. 배동현은 "비록 한 경기(1일 SSG전)이지만 나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 경기였다. 5년 동안 한화에서 뛰며 많은 코치, 트레이너,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박)진형이 형, (안)우진이, (오)석주, (김)성진이 형 등 키움 새 동료들과 야구 얘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한화에 있을 때 이태양·엄상백·김범수·김민우·이민후 형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정팀 한화와의 첫 등판(3월 28일)에서는 고전했다. 하지만 다음 대결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배동현이다. 동기부여도 크다. 한화 마운드의 기둥이자 한국 야구 '리빙 레전드'인 류현진이 그의 향상심을 자극했다. 배동현은 "(이적 소식을 듣고) 류현진 선배님이 '선발 투수 맞대결로 한 번 만나보자'라고 했다. 아직 꿈만 같은 일이지만, 더 잘한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한화전에 칼을 갈고 있다. 류현진 선배님과의 대결도 기대가 된다"라고 웃었다.
배동현이 선발진 한자리에 안착하면, 키움은 마운드 뎁스는 더 두꺼워질 수 있다. 최근 3시즌 연속 최하위(10위)에 그쳤던 키움의 1차 목표를 중위권 도약이다. 배동현은 "나는 공격적인 투수"라고 자신의 어필하며 "우선 풀타임으로 1군에서 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