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4-5로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6.3.8 [연합뉴스]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야구의 추락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KBO리그가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넘어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지만, 국제 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한 모습이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이어 대만에도 연거푸 패하며 냉혹한 현주소가 확인됐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대만전을 4-5로 패했다.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예선에서 3-6으로 패한 뒤 모처럼 성사된 리턴매치에서도 무릎을 꿇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로써 한국은 최근 국제 대회에서 대만과 치른 7차례 맞대결에서 2승 5패로 열세를 이어가게 됐다. 대만을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는 2023년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 경기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연장 10회초 한국 류지현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6.3.8 [연합뉴스]
이날 대만은 한층 향상된 '해외파 뎁스(선수층)'를 앞세워 한국을 압박했다. 선발 투수 구린루이양(니혼햄 파이터스)과 두 번째 투수 린웨이언(애슬레틱스 마이너리그 더블A)을 포함해 마운드를 밟은 6명의 투수 중 3명이 해외파였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하다 자국 리그로 복귀한 장이(푸방 가디언스)까지 포함하면, 대만의 투수진은 한국과 비교해 뒤처질 게 없었다.
구린루이양은 97마일(156.1㎞/h), 쑨이레이(니혼햄)는 96.8마일(155.8㎞/h)의 가공할 만한 강속구를 포수 미트에 펑펑 꽂았다. 과거 대만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더러 있었지만, 제구력은 모자랐다. 그러나 이날 한국을 압박한 대만 투수들은 '완성형'에 가까웠다.
타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내야수 정쭝저(보스턴 레드삭스)와 린안거(세이부 라이온스)에 혼혈 빅리거 스튜어트 페어차일드(클리블랜드 가디언스)까지 합류하면서 전력이 한층 강화됐다. 예전처럼 일발장타에 의존하는, 이른바 '공갈포 타선'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이번 대회를 중계한 송재우 티빙 해설위원은 "대만 전력이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향상했다. 특히 NPB에 진출한 젊은 투수들의 구위가 뛰어나다"며 "이제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3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 6회초 무사 대만 정쭝저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허용한 한국 곽빈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6.3.8 [연합뉴스]
한국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등 여러 선수가 빅리그 진출에 성공하며 외형적으로 전력이 크게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2024년 사상 처음 1000만 관중, 2025년 사상 처음 1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KBO리그를 향한 국내 열기가 고조되면서 잔치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국제 무대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4년 프리미어12에서는 일본과 대만에 밀려 예선 탈락했고,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대만의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 2026 WBC에서는 4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을 걱정하면서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