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제공
개봉 3주차를 넘어선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주말 일평균 47만명을 끌어모으며 무서운 속도로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올해 첫 ‘천만 영화’ 탄생도 기대할 만하다.
2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는 셋째 주 주말(2월 20일~22일) 사흘간 141만 4221명을 추가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누적관객수는 582만 8899명으로, 손익분기점(260만명) 두 배를 훌쩍 넘긴 수치다.
전주 대비 증가폭은 47.8%로, 2주차 주말(25.6%)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박스오피스 10위권 내 작품들이 평균 37.8%(기개봉작 기준)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왕사남’의 흥행세는 더욱 뚜렷하다.
이 같은 성적표는 ‘이변’에 가깝다. ‘왕사남’은 첫 공개 당시만 해도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전반적인 만듦새를 놓고 언론과 평단의 호불호가 크게 나뉘었고,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200~400만명 선에서 관객이 멈출 거로 내다봤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조차 1000만 돌파 공약 요청에 “그럴 리 없다”면서 “만약 된다면 전화번호, 이름을 바꾸고 성형 후 귀화할 것”이란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설 연휴 가족 단위 연령층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전환됐다. 취향을 타지 않는 역사 기반의 휴먼 스토리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남녀노소 관객을 불러 모았다.
‘왕사남’은 ‘강물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영월호장 엄흥도가 수습했다’는 역사서의 짤막한 기록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의 마지막 순간을 담았다. 장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단종 이홍위(박지훈)와 유배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이홍위와 촌장 엄흥도(유해진)의 유사 부자(父子) 서사에 공을 들였고, 이들의 관계성이 드라마를 강화하며 영화의 흥행 동력으로 작용했다.
‘왕과 사는 남자’ 스틸 / 사진=쇼박스 제공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연출적 빈틈을 상쇄했다. 그중에서도 두 주연배우 유해진과 박지훈의 공이 지대했다. 코믹과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유해진의 능숙한 연기에 박지훈의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더해지면서 입소문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관객이 좋아할 만한 소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더해 흥미를 자극했다. 또 단종과 마을 사람들이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에 유머 코드를 MSG처럼 넣으면서 재미를 더했다”며 “좋은 배우들의 역할도 컸다. 유해진은 언제나처럼 굉장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에게서 오는 익숙함은 박지훈이란 새로운 배우로 중화해 신선한 신구 조합을 완성했다”고 짚었다.
영화 외적인 요소, MZ세대를 사로잡은 바이럴도 흥행에 불을 지폈다. ‘왕사남’ 속 인물의 묘역을 방문해 리뷰를 남기는 ‘온라인 성지순례’ 바이럴이 개봉 초반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했다. 영화의 배경이자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의 경우, 오프라인으로까지 열기가 이어졌다. 영월군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청령포 방문객은 1만 641명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급등했다.
‘왕사남’의 이러한 흥행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00만 단위 돌파 속도가 하나의 방증이다. ‘왕사남’은 개봉 18일째인 지난 21일 500만 고지를 넘어섰다. 최초의 사극 ‘천만 영화’인 ‘왕의 남자’(20일)보다 이틀 빠른 기록으로, 1200만 관객을 이끈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동일한 속도다. 특히 ‘왕사남’은 200만 돌파 이후 2~3일 간격으로 100만 관객을 추가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1000만 돌파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당장 이번 주 수요일이 티켓값이 7000원까지 떨어지는 ‘문화가 있는 날’이란 점, 가장 가까이 있는 연휴인 3.1절 대체공휴일까지 이렇다 할 적수가 없다는 점 등이 힘을 싣는다. 실제 ‘왕사남’의 예매율은 50.4%(23일 오전 10시 30분 기준)로, 경쟁작과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주 ‘왕사남’의 최종스코어를 750만~850만 선으로 내다보던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들 역시 3주차 주말이 지나면서 예측 수치를 875만~1000만선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셋째 주 주말 관객이 예상보다 더 많이 들었다. ‘문화가 있는 날’에 3.1절 연휴가 남아있는 만큼 관객수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