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엔믹스가 2025년 활동을 통해 거둔 성과는 특별하다. 최근작인 ‘블루 밸런타인’으로 데뷔 후 처음 멜론 톱 100, 일간 및 주간, 11월 월간 차트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최정상을 석권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는데, 최근 후보를 공개한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도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된다.
엔믹스는 오는 26일 열리는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K팝 노래, 최우수 K팝 음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이 중 최우수 K팝 음반 부문에는 엔믹스 네 번째 미니 앨범 ‘에프이쓰리오포 : 포워드’와 첫 정규 앨범 ‘블루 밸런타인’ 두 개의 음반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간 한국대중음악상 노래 부문에 한 가수가 두 곡을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두 장의 앨범이 후보에 오른 건 이례적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윤하 평론가는 “타 장르에서 노래가 두 개씩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음반이 두 장 오르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며 “이십몇 년 역사에서도 드문 일이다”고 밝혔다. 수상 여부를 떠나 음악적으로 평단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엔믹스가 지난 한 해 걸어온 음악 여정은 출발부터 좋았다. 믹스팝 항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미니 4집 ‘에프이쓰리오포: 포워드’가 타이틀곡 ‘노 어바웃 미’를 비롯해 수록곡까지 호평 받으며 높은 완성도로 입소문이 난 것이 시작이었다. 수록곡 ‘하이 홀스’는 빌보드 ‘2025 상반기 베스트 K팝 송 25’에서 2위를 기록했고, ‘파피용’은 영국 데이즈드가 정한 ‘2025 베스트 K팝 트랙 3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타이틀곡 아닌 수록곡들도 여러 곡이 공식적으로 조명 받은 건 앨범 전체 높은 완성도의 방증이었다.
여기에 정규 1집 ‘블루 밸런타인’으로 방점을 찍었다. 지난 연말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2025 베스트 K팝 앨범 25선: 스태프 추천’ ‘2025 베스트 K팝 25선: 스태프 추천’ 리스트에 엔믹스의 정규 1집과 동명 타이틀곡이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한 것. 이 앨범에 대해 빌보드는 “처음부터 하나의 지향점을 고수해 온 태도가 결국 결실을 볼 수 있음을 증명한 앨범”이라고 엔믹스의 우직한 ‘믹스팝 여정’을 극찬하며 “첫 정규 음반이라는 중요한 이정표 앞에서 확장된 기량과 스타일, 사운드를 앞세워 완성할 수 있는 팀은 극히 드물지만 그 재능은 엔믹스에게 넘칠 만큼 담겨 있다”고 평했다.
엔믹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블루 밸런타인’에 대해서는 “멤버들의 자명한 실력을 보다 감성적인 방식으로 펼쳐 보이면서도 특유의 실험성을 놓지 않은 곡”이라며 “엔믹스 음악 지속성과 예술적 모험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커리어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곡”이라고 조명했다.
이외에도 해당 앨범은 미국 매거진 틴 보그가 꼽은 ‘2025 베스트 비영어권 앨범 15선’에 이름을 올렸고, 수록곡 ‘스피닌 온 잇’은 영국 음악 매거진 NME 선정 ‘2025 최고의 노래 50’ 43위에 선정됐다. 특히 틴 보그는 “앨범 구성 하나하나가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고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엔믹스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블루 밸런타인’은 해외 평단의 연이은 호평에 이어 국내에서도 한국대중음악상의 다수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그 진가를 입증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대중적 인기보단 음악성 자체에 포커싱 맞춰 후보를 선정한다는 점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나온 K팝 앨범과 노래들 속 엔믹스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엔믹스와 동 부문에 제니, 이찬혁, 한로로 등 걸출한 K팝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린 만큼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낭보를 기대할 만 하다.
엔믹스는 국내 걸그룹 중 손꼽히는 라이브 강자로 2022년 데뷔부터 믹스팝을 그들만의 고유 장르로 내세우며 차별화된 음악 여정을 이어왔다. 초반 대중성은 비슷한 시기 데뷔한 다른 걸그룹들에 비해 다소 약했으나 믹스팝 실험과 변주를 거듭하며 점점 감각적이고 세련된 음악으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2025년 상, 하반기 발표한 ‘에프이쓰리오포: 포워드’와 ‘블루 밸런타인’으로 비로소 꽃을 피웠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은 대체로 여러 작곡가들이 하나의 곡을 완성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믹스팝적 요소를 갖고 있는데, 엔믹스는 아예 탄생부터 이를 겨냥한 ‘믹스팝’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삼아 왔다. 초창기엔 이 새로움이 대중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면 지난 활동들을 통해 익숙해진 측면도 있고, 믹스팝 자체도 완성도 측면에서 발전을 이뤄내 엔믹스만의 차별화된 음악적 개성으로써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