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스타트 결승 5위 기록한 정재원. 사진=연합뉴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나의 착각이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정재원(25·강원도청)이 통산 3번째 올림픽서 처음으로 입상 실패한 뒤 이같이 말했다.
정재원은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서 8분04초60을 기록, 5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스프린트 포인트 6점을 얻어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우승은 네덜란드 베르흐스마(68점)의 몫이었고, 덴마크 빅토르 할 토루프(47점)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지오반니(21점)가 뒤를 이었다. 미국의 조던 스톨츠가 정재원에게 앞선 4위(10점)였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선수가 레인 구분 없이 동시에 출발해 총 레이스의 ¼지점을 통과하는 순서에 따라 얻는 중간 점수와, 마지막 골인 순서에 따라 얻는 점수를 합쳐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일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쇼트트랙을 접목한 경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이날 전까지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무관’인 상태였다. 앞서 2번의 올림픽서 은메달 2개를 딴 정재원에게 기대가 모인 배경이다.
하지만 정재원은 아쉽게 5위로 여정을 마쳤다. 그거 올림픽서 입상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레이스에선 1,2위를 나눠 가진 베르흐스마와 토루프가 일찌감치 나머지 선수들과 격차를 크게 벌렸고, 이를 마지막까지 유지해 결승선을 통과했다. 추격하던 정재원이 막바지 스피드를 올렸으나, 입상권에는 아쉽게 미치지 못했다.
정재원은 경기 뒤 믹스트존 인터뷰서 “경기 내용만 보면 앞서 나가는 두 선수를 후미 그룹에서 빠르게 따라 잡지 못했다. 입상까지 1자리만 두고 싸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열심히 해봤으나, 마지막 자리가 좋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마지막에 역전을 만들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곱씹었다.
이날 입상자들의 전략을 돌아본 정재원은 “사실 리스크가 컸다. 이미 간격이 벌어진 상태였고, 내가 중간에 힘을 소비하며 추격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이 같은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였다. 상황에 대처해 최대한 좋은 결과를 만들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론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고 짚었다.
3개 대회 입상 도전에 불발한 정재원은 자기반성을 먼저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그 어떤 올림픽보다도 진지하게 많은 훈련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선수가 있었다. 내 생각은 착각이었던 거 같다”며 “더 열심히, 철저하게 준비해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번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는 이 종목 ‘전설’ 이승훈(알펜시아) JTBC 해설위원이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 선발전서 낙마했고, 스케이트화가 아닌 마이크를 잡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정재원은 “매스스타트에선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러 변수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승훈 선수로부터 노하우를 얻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왔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이승훈 선수의 존재가, 이렇게 큰 대회에서 소중한 거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여정을 마친 정재원은 “아내가 경기장에 와 있는데, 사실 함께 너무 많이 고생했다. 항상 나에게 힘, 버팀목이 돼 준 사람이다. 내가 멋있게 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며 “올림픽 준비로 인해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아내와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