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당시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고백한 말이다. 이때 손흥민(29·토트넘)은 8경기에서 9골 4도움을 올리고 있었다.
손흥민을 향한 감독의 '사랑 고백'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았던 2019년 12월에도 무리뉴는 "나는 벌써 손흥민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임 토트넘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역시 2017년 4월 "손흥민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2010년 만 18세의 나이로 대표팀에 처음 발탁될 때부터 손흥민은 대표팀 감독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현 사령탑인 파울루 벤투 감독도 언제나 손흥민을 향한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표현했다.
왜 감독들은 손흥민과 사랑에 빠질까. 손흥민은 감독의 철학을 존중했고, 팀을 위해 헌신했으며, 감독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봤다. 감독과 각을 세우는 몇몇 슈퍼스타들의 거만함, 이기심과는 달랐다.
조제 무리뉴 감독과 손흥민. 연합뉴스 손흥민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준비를 위해 대표팀에 합류해 있다. 한국은 오는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스리랑카(9일), 레바논(13일)까지 2차 예선 3연전을 펼친다.
손흥민은 3일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대표팀 감독 부임 1017일(3일 기준)을 맞으며 역대 한국 대표팀 최장수 감독이 된 벤투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선수들이 벤투 감독 취임 1000일이 지난 것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했는지, 또 벤투 감독이 선수 선발이나 기용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손흥민은 "선수 기용과 전술은 벤투 감독님의 선택이다. 어떤 감독님이 한국 대표팀 자리에 와도 선발 명단, 차출 명단에 대한 비판은 항상 있었다"고 말한 뒤 "벤투 감독님은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도 감독님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흥민은 "부임 1000일 넘은 건 축하할 일이다. 감독님이 더 오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수들의 책임"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3월 평가전에서 일본에 0-3 완패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해당 경기에 손흥민은 부상으로 소집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누가 일본에 지고 싶은가. 안타깝고 화가 났다. 부상이었지만 무리해서라도 한일전에 가려고 했던 이유다. 그 상황 속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축구 팬들이 실망했다. 2차 예선 3경기를 통해 팬들의 서운한 마음을 돌려놓겠다. 승리로 보답하는 게 맞다"고 다짐했다.
최근 몇 년간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득점 욕심보다 패스를 많이 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때는 골 욕심을 냈다. 하지만 지금은 팀이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팀원들을 도와줘야 나도 잘 된다. 축구에서 개인은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손흥민은 "꿈에 대해 오픈한 적은 없다.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이뤄가는 과정"이라며 "매 순간 노력해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손흥민. 연합뉴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