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는 스타에게 또 다른 집이고,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은 현장의 가족이다. 피붙이 가족이 그렇듯 소속사 식구들 역시 나를 나보다 더 잘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이 싸워야 하고 그만큼 잘 부딪히는 이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혹은 사람에 따라 소속사를 밥 먹듯이 옮기는 스타들은 허다하다. 한 몸처럼 붙어다닌 매니저라도 챙기면 그나마 다행이다. 다 버리고 혈혈단신 홀로 제 살길을 찾아 나서는 이들도 상당하다. 물론 회사가 거지같은 경우는 더 많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더 나은 환경을 좆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속적인 관계'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재계약이 이어지면 '의리'라는 단어는 꼭 빠지지 않는다. 한 번의 소속사 옮김 없이 데뷔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매니저와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함께 일하고 있는 장기계약의 대표적 배우 손예진은 여전히 이례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최근 손예진 못지 않게 한 매니저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정만식과 지승현이다. 정만식과 지승현은 전 소속사와 결별 후 자연스레 오랜시간 함께 일한 매니저가 설립한 바를정(正)엔터테인먼트에 새 살림을 꾸렸다. 정만식과는 10년, 지승현과는 5년 넘게 이어진 인연이다.
결국 '비즈니스 파트너'라 표현되겠지만 그들만의 '끈끈함'은 분명 존재한다. 계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어떠한 계약 조건 등 보다는 가족같은 신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진국' 이미지와 진정성 넘치는 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만식·지승현은 합병·분사 등 몸 담고 있는 소속사가 여러 번 재정비 될 때마다 별탈없이 늘 함께 했다. 사명과 사무실 위치만 바뀌는 것일 뿐 근본적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 자체가 바뀌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 한솥밥이 지켜진다면 새 식구는 두 팔 벌려 환영하면 그만이라는 마음이다.
실제 정만식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금 매니저와 굉장히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데 '나 배신하면 죽는다'고 늘 말한다.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는 넘어섰다"며 "소속사를 옮겨볼까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환경이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니. 그래도 매니저와는 끝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상호 신뢰는 효율적인 업무적 결과로 도출된다. 정만식은 강인한 비주얼이 주는 분위기에 국한되지 않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주·조연 배우로 성장, 최근 영화 '검객' '창궐'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 출연을 예정하고 있다. 지승현 역시 전속계약을 다시 체결하자마자 SBS 새 수목드라마 '이판사판' 합류를 확정, 아직 오픈되지는 않았지만 걸려있는 영화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 바를정(正)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배우들이 헤어짐을 크게 염두하고 있지 않다는 것 만으로도 스태프들 입장에서는 힘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미 충분한 매력을 갖춘 배우들이기에 이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다양한 작품과 활동을 통해 인사드릴 예정이니 좋은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