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대형 한국 블록버스터 전쟁의 세번 째 주자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23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어머어마한 스케일과 한국에서는 한번도 다뤄본적 없는 '해적'이라는 소재, 특히 KBS 드라마 '상어'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김남길과 손예진의 조우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적 없는 김남길의 코믹연기와 손예진의 액션 연기도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이는 바로 유해진이다. 유해진은 129분간의 러닝 타임 동안 발군의 코믹 연기로 김남길·손예진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한다.
'해적'은 조선 건국 초기, 조선의 옥쇄를 삼켜버린 고래를 쫓는 산적과 해적, 그리고 조선 건국 세력의 맞대결을 그린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철봉은 손예진(여월)의 해적단의 일원이었지만 배만 타면 밀려오는 극심한 멀미 때문에 김남길(장사정)이 이끄는 산적단에 일원이 된다. '멀미하는 해적'이라는 설정은 극 초반부터 관객들의 실소를 터뜨린다. 하지만 그러한 설정보다 더 빛나는건 철봉의 코믹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유해진의 발군의 연기력이다. 그동안 '왕의 남자' '타짜' '부당거래' '도둑들' 등에서 특유의 코믹연기로 대한민국 대표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코믹 액션 어드벤쳐를 자처하는 이 영화에서 코믹의 8할은 유해진이 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와 고래를 듣도 보도 못한 산적단원들에게 허풍반, 진담반으로 무용담을 늘어놓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나오다가도, 어느새 그의 말에 빠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철봉은 오로지 '코믹함'이 강조되는 캐릭터이니 만큼 자칫하면 오버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유해진은 노련한 연기력으로 오버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코믹 연기를 해낸다. 어느새 스크린에 그의 모습이 잡히면, 그가 어떤 행동과 말로 폭소를 터뜨리게 할지 기대부터 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기대감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유해진의 발군의 코믹 연기는 내달 6일 개봉하는 '해적'의 관객 동원에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 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