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Dol③]지조 "'무한도전' 출연? 100% 말아먹었겠죠"

래퍼 지조(31, 본명 민주홍)는 수다스러웠다. 비유법도 섞어가며 조리있게 말을 이어갔다. 본인은 '수다스럽지 않다'고 했지만 마치 랩을 하듯 쉼없이 내뱉었다. 천상 래퍼의 기질을 타고난 듯했다.

지조는 프리스타일 랩 우승 출신에 지난 2013년 방송된 엠넷 '쇼미더머니2'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 받은 래퍼다. 당시 준우승과 동시에 가수 하하가 소속된 콴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야심차게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지만, 생각보다 활동은 더뎠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지조라는 사람이 대중의 인식에 잊혀질 즈음 예능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첫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으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더니, 엠넷 '골든탬버린' KBS 2TV '해피투게더'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맹활약했다. 특히 지난달 12일에는 신곡 '다이너마이트 소녀'도 발표하며 래퍼로서의 움직임도 보였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갔을 때 프리스타일 랩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돌아오는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프리스타일 랩 우승을 했다 프리스타일이 바로 나오지 않아요. 전 '주크박스'가 아니예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자신의 구역이라는 홍대 분위기와 앞에 마련된 떡볶이를 두고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이하 일문 일답.
 
- 예능 대세 딘딘을 견제하는 것 같던데요.
"견제는 아니고 존경해요. 예능으로 잘 될지 몰랐어요. '쇼미2' 때 같이 나가서 연락도 자주 했죠. 딘딘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는 걸 직접 체득해보니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롤모델 같아요. 딘딘과 소신도 비슷해요. 또 옆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에 멋있고 부럽기도해요."

- 아직도 연락하나요.
"가끔 추울 때 안부 문자 보내요. 그럼 '됐어. 또 무슨 프로그램인데. 뭘 도와줘야 하는거야'라고 뜬금없는 내용의 답장이 와요. 시크하지만 결국 도와주는 친구예요. 훈훈하죠.(웃음)"

 

- 랩을 시작하게된 계기는요.
"여자친구 만나는 것보다 노래 듣는 게 좋았어요. 동아리 친구들끼리 녹음하고 데모를 만들었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죠. 그때 만든 노래를 지금도 갖고 있는데 거북해서 듣기 어려워요. 열정만 많았죠.(웃음)"

- 음악하는데 집안에서 반대하진 않았나요.
"'쇼미2'에서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인지도 얻었고,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을 할까 하던 찰나에 소속사와 계약을 했어요. 딱히 크게 혼난 적은 없고 잔소리를 많이 들었죠."

- 래퍼들이 흔히 겪는 생활고는 없었나요.
"당연히 어려웠죠. 겨우겨우 벌어서 지금은 자차 타고 다녀요. 서울 도심에 전세를 마련할 수 있는 자금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죠. 예전에 친구와 배를 여행을 가다가 선수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배를 탔는데 아래만 보면 죽는다. 아래를 보면 과거에 갇힌 사람이고, 지평선 보면 미래를 보는 사람'이라는 대화를 나눴어요. 그때 갑자기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전 희망을 갖고 지평선을 보고 달리고 있어요. 희망없으면 어떻게 사나요.(웃음)."

- 지금의 희망은 뭔가요.
"콴 엔터예요. 바쁜 사람들이 저를 위해 시간을 내주잖아요. 제가 잘 돼야 하는 이유예요. 하하 형은 웰메이드 된 사람이고 저는 그것을 따라가는 사람이에요. 하하 형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셀럽이잖아요. 하하 형 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잘 되면 좋지 않겠어요.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싶고요. 회사가 잘 되면 저한테도 좋은 거니까."

- 만약 프리스타일 미노 대신 '무한도전'에 출연했다면 어땠을까요.
"분명 말아먹을 거예요. 미노 형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한테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온다면 더 잘한다는 마음으로 나가야죠. 저 잘할 수 있어요.(웃음)"

- 지조만의 장점은 뭔가요.
"고집은 있는데 꼭 피드백 받으려 해요. 듣기 싫어도 참고 들어요. 개인이 모여 대중이 되는 거니까 누군가의 피드백을 다 수용하려고 해요. 다만 아티스트 고집은 멋있어요."

- 야구선수 오재원 닮은꼴로 유명해요.
"오재원보다 제가 나은 것 같아요.(웃음). 야구 정말 좋아하는데 닮은 것 같진 않아요. 가수 이정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살 빠졌 때는 배우 김강우 닮았다는 말도. 죄송합니다."

- 어느 구단 팬인가요.
"엘지 팬이에요. 잘 싸워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웃음)"


 

-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죠.
"라디오가 정말 좋아서 끝날 때 마다 진짜 아쉬워요.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요."

- 라디오가 좋은 이유는요.
"라디오는 선곡이 중요해요. DJ가 노래를 선곡하고 청취자가 DJ 선곡의 의미를 찾는 호흡이 좋아요. 그리고 노래를 못 넘기잖아요. 노래가 마음에 안들면 채널을 돌려야 하죠. 디지털 세대와 안 맞는 감성이라서 좋아요."

- 라디오 DJ가 꿈인가요.
"네. 이미 프로그램명도 지어놨어요. '지조의 용무있습니까'. 작가들 만나면 항상 말해요. 꼭 시켜달라고.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바로 '라디오 DJ'라고 말해요. 너무 바로 답해서 진정성이 없다고 하시는데 정말 진심이에요. 예전에 '고스트네이션' '볼륨을 높여요' 등 라디오만 듣고 살았어요. 옷 살 돈으로 LP판을 샀고요. 라디오 DJ를 못하게 되면 BJ라도 하려고요."

- 어떤 DJ가 되고 싶나요.
"DJ를 하게 되면 선곡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선곡 역할을 10 중에 5만 줘도 감사할 것 같아요. 아! 절충도 가능해요.(웃음)"

- 탐나는 라디오 DJ 자리가 있나요.
"(지)석진 형 정도는 제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정말 친해서 하는 이야기에요. 석진이 형은 어떤 말이든 잘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외모가 정말 동안인데 대화하다보면 큰 형님처럼 따뜻해요."

- 앞으로의 목표는요.
"래퍼 지조로 사랑받고 싶어요. 차트 1위는 거창해요. 그저 앞으로 나오는 앨범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욕을 들어도 좋아요. 자극적인 이슈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피드백을 원해요. 비판과 칭찬이 오가는 대화는 건강한 것 같아요. 재미있는 이야기 잘 전하는 래퍼가 되고 싶어요. 뼈 있는 이야기도 딱딱한 것보다 재미있게 전달하는 게 좋잖아요. 앞으로 저에게 보물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요.(웃음)"

이미현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영상=이일용 기자·영상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