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금토극 '고백부부'는 평범한 '타임슬립'이 아니었다. 예능 드라마 답게 매회 웃음을 줬고, 판타지도 놓치지 않으면서 모든 걸 다 갖춘 드라마였다. 성공 요인 중 가장 큰 이유는 3040세대를 정확하게 간파했다는 점. '만약 우리가 20대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가정이 통했다.
육아에 찌들어 있던 장나라(마진주)와 현실적인 가장 손호준(최반도)가 38세 그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20대로 돌아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는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했다. 장나라와 엄마 김미경(고은숙)의 재회는 애잔함으로 물들였다.
공감과 체험이 전파를 탄 뒤 점점 입소문이 났고, 시청률도 날로 상승세를 탔다. 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시작해 7.3%로 끝맺었다. 작품성과 화제성도 모두 충족시켰다. KBS 2TV '고백부부' 하병훈 PD(35)와 권혜주 작가(32)가 11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한 카페에서 티타임을 갖고 '고백부부'의 기획 의도부터 뒷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고백부부'를 본 시청자라면 작가는 당연히 결혼을 했고 육아까지 한 주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권 작가는 미모출중한 미혼이다.
- 울면서 대본을 썼나. 권 "방에서 혼자 작업을 하는데 너무 많이 울어서 쌓인 휴지를 치우느라 힘들었다. 내가 너무 울어서 시청자들도 보다가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하 감독님이 '그 정도 아니다'라고 해서 '내가 너무 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 엄마와 자식 중 어떤 입장에서 글을 썼나. 권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썼다. 아이가 있는 언니들을 보면 '자식 때문에 산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다들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과거로 간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있다면 현실로 돌아올 것 같다. 또한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의 임종을 못 지켰다는 건 큰 죄 같더라. 어떤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와 마지막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말을 봤다. 마지막 대화를 기억한다는 게 중요하더라."
- 회를 거듭할 수록 많은 사랑을 받아서 부담도 컸을 것 같다. 권 "부담감보다 반응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뀌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결말은 6~7회쯤 윤곽이 나온 상태였다."
- 극중 장나라와 김미경(고은숙) 모녀의 이야기가 절대적인 공감 포인트였다. 권 "'고백부부' 전에 쓰고 있던 모녀 이야기의 영화 시나리오가 있었다. 모녀 관계에 대한 감정이 충만한 상태에서 '고백부부'에 들어갔다. 만약 장나라가 과거로 돌아와 엄마를 보지 않았다면 아이가 있기 때문에 바로 현실로 돌아왔을 것 같았다. 장나라를 과거에 묶어 놓을 장치로 엄마를 썼다. 또 돌아가신 엄마가 있다면 바로 현실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넣기도 했다."
- 타임슬립 연출을 할 때 의상 등 신경쓸 게 많았을텐데. 하 "스토리 회의하면서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응답 시리즈'에 나왔던 건데' 라고 말을 하더라. 그래서 뒤늦게 '응답 시리즈'를 쭉 봤다. '정말 천재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르게 하자'라고 마음 먹고 과감하게 복고를 뺐다. 과거로 돌아갔을 때 '주변 사람이 어떻게 다를까, 마음이 어떻게 다를까'를 다루려고 했다. '응답 시리즈'와 비교 당하고 싶지 않았다."
- 예능 드라마라 부담스럽진 않았나. 권 "하 감독님이 예능에 강하다. 모녀 이야기를 넣고 무거워 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그런데 서로 깊이 가면 꺼내주고, 가볍게 가면 잡아주면서 시너지를 발휘했던 것 같다." 하 "예능국에서 작업하다보니 주위의 편견이 많았다. 시놉시스를 돌릴 때 배우들도 '시트콤 안 한다. 드라마 할 거다'라는 답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예능 드라마'로 가자고 결정했다. 우리끼리는 '이게 반전일 거다'라고 내심 생각했다. 예능 드라마라고 해서 웃으려고 봤다가 한 번 감동을 맞으면 더 크게 느낄 것 같았다. KBS 내부에서도 예능 드라마가 아니라 금토 드라마다. 홍보만 예능 드라마라고 했다. 필요할 땐 예능이라고 말했다.(웃음)"
-장기용이 맡았던 정남길의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 권 "정남길 캐릭터는 정말 많이 고민했다. 부부 이야기지만 뻔하지 않으려면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로맨스 영화를 보고 연구했다. 계속 연구하다보니 남길이에게 애정이 생겼다. 그리고 애달팠다. 그러다보니 캐스팅 하기도 힘들었다. 장기용 씨가 처음이라 어떻게 할까 했는데 첫방송을 보니 너무 멋있게 나오더라." 하 "드라마 초반을 담당한 캐릭터였다. 처음 주제는 설렘이었다. 심장을 뛰게 하는 게 목표였다. 대부분의 여성 시청자인데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지 못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 맞는 사람을 찾으려 오디션을 숱하게 봤다. 어느날 집에서 혼자 애를 보는데 아이유의 '분홍신'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장기용이 눈에 띄더라. 5년 전 뮤직비디오였다. 검색해보니 남자답게 변했더라. 만나기로한 날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장기용이 있더라. 장기용은 날 모르는 상태였다. 정말 멋있어서 내가 설렜다. 마침 연출부가 카메라도 늦게 들고 왔다. 30분 넘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착하고 순박하더라. 본 촬영 후 본인이 정말 잘했다. 종영 후엔 '내가 알던 장기용이 아닌 것 같다'고 말 할 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