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영미' 김영미(27·경북체육회)의 말에 나란히 앉은 '팀 킴(Team Kim)' 선수들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감돌았다. '영미 친구' 스킵 김은정(28)을 필두로 '영미 동생' 김경애(24) '영미 동생 친구' 김선영(25) 그리고 김초희(22·이상 경북체육회)로 꾸려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끝난 2018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컬링 결승전에서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썼다. 결승 상대인 스웨덴에 3-8로 패해 금메달의 꿈은 놓쳤지만 그들에게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컬링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자타공인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누구도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선 때부터 압도적인 성적으로 파란을 일으킨 한국은 선수들의 성이 모두 김씨라는 점에서 '팀 킴'으로 불리며 인기의 중심에 섰다.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스킵 김은정은 '안경선배'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들이 외치는 "영미야~"라는 구호는 유행어가 됐다. 이들의 출신지인 경북 의성의 특산품 마늘에 빗대 '마늘 소녀', '갈릭 걸스'라는 별명도 생겼다.
특히 김영미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관계도가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팀 킴'의 탄생 비화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막내 김초희를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경북 의성여고 출신. 시작은 스킵 김은정이 었다. 김은정은 고교 1학년 시절 체육 시간에 '체험 활동'으로 의성에 새로 생긴 컬링장에서 컬링을 처음 접했고, 방과 후 활동 수업 중 하나로 컬링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선생님은 '친구 한 명을 더 데리고 오라'고 조건을 내걸었고 김은정은 친구인 김영미에게 쪽지로 "같이 할래?"라고 권유했다. 김영미가 "그래"라고 답하며 컬링을 시작한 게 '팀 킴'의 첫 걸음이었다.
여기에 김영미의 세 살 아래 동생 김경애가 합류했다. 김영미가 컬링을 시작한 지 몇 개월 후, 스포츠클럽 대회에 나갔을 때 준비물을 집에 두고 와 동생 김경애에게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심부름으로 컬링장을 찾은 김경애는 컬링에 매료됐다. 당시 의성여중 2학년이던 김경애는 '세 명을 더 데리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학년에 세 개 뿐인 반을 돌며 칠판에 '컬링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적었다. 김경애가 쓴 모집글에 김선영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팀 킴'이 구성됐다.
이처럼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국 최초, 그리고 아시아 최초의 컬링 은메달을 일궈낸 건 평범한 소녀들의 '방과 후 활동'이었다. 결성부터 과정, 그리고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준 화제성까지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했다. 외신들도 세계 강호들을 줄줄이 꺾은 '팀 킴'을 주목했다. 미국 타임지와 NBC는 '팀 킴'을 보고 "무명이었던 대표팀이 케이팝 스타처럼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다. 이들은 평창의 록스타"라고 절찬했고, 준결승에서 '팀 킴'을 만난 일본 언론은 선수들의 집까지 찾아가 보도할 정도로 과도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평창을 뒤덮은 '팀 킴 신드롬'이었다.
평창에서 '팀 킴'의 도전은 은메달로 마무리됐다. 사실 김은정은 "이름에 '은'자가 들어가서 계속 은메달만 따나 싶었다. 김'금'정으로 개명할까 생각도 했다"며 내심 금메달에 대한 미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팀 킴'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이들의 활약은 메달이나 성적 그 이상의 '전설'로 기억될 예정이다. 물론 '팀 킴'의 도전도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김은정은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음 세계선수권, 올림픽을 바라보며 훈련하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