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2월 18일, 오키나와 셀룰러구장에서 스프링캠프 첫 연습 경기를 가졌다. 상대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이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선발 라인업을 짰다. 경기는 2-4로 패했지만 문선재·안익훈·정주현 등이 좋은 타격감을 보여 줬다. 다음 날 만난 양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로 나설 때가 올 거라고 기대한다"며 웃었다.
양 감독의 기대는 올 시즌 바로 이뤄졌다. LG 젊은 선수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다. 전반기까지는 성장세가 미미했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팀 전력에 힘을 보탰다. 외야수 이천웅은 후반기 주전으로 도약했고, 전반기 경쟁에서 밀렸던 문선재도 출전 기회가 늘어나자 공수에서 균형 있는 실력을 보여 줬다. 지난해 1군 경험을 쌓은 채은성도 기대만큼 기량이 좋아졌다. LG가 정규 시즌 4위에 오르는 데는 이들의 역할을 컸다. '베테랑을 푸대접한다'는 팬들의 비난 속에서도 양 감독은 뚝심을 지켰다.
박용택-정성훈 2000안타
LG 베테랑 타자 박용택과 정성훈은 올 시즌 나란히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돌파했다. 박용택은 8월 11일 잠실 NC전, 정성훈은 같은 달 28일 잠실 kt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역대 6, 7호 기록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용택은 2009년 이후 7년 연속, 정성훈은 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2000안타까지 남은 안타 개수는 각각 126개와 100개였다. 풀타임을 뛴다면 기록 달성은 무난해 보였다.
다만 두 선수는 30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전보다 부상 위험이 크다. 팀은 '세대교체' 방침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선수들의 기세도 거셌다. 산술적으로는 13시즌 동안 150안타 이상을 쳐야 2000안타를 달성할 수 있다. 철저한 몸 관리와 기량 유지가 동반돼야 한다. 그래서 두 선수가 세운 기록의 가치가 더 빛난다.
2군 선수 이병규
이병규(9번)는 올 시즌 1군 무대에 단 1경기 나섰다. 정규 시즌 최종전인 10월 8일 두산전이다. 성적은 1타수 1안타. 1997년 데뷔 이후 가장 초라한 숫자가 커리어에 남았다. 그나마 이 경기도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예견됐던 일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6월, 이병규의 기용에 대한 의중을 묻는 질문에 "유광 점퍼를 입고 야구장에 오는 여섯 살 초등학생이 성인이 되기 전에는 우승을 해야 하지 않겠나. 내 머릿속엔 그것뿐이다"고 답변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유도해 팀 체질을 바꾸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병규가 엔트리에 포함되면 젊은 선수 1명은 기회가 줄어든다.
이병규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 47경기에 나서 타율 0.401를 기록했다. 아직 '퇴물' 취급받을 기량은 아니었다. 감독과 선수 관계에 대한 루머도 나왔다. 결국 이병규의 한국 무대 17번째 시즌은 초라하게 끝났다. 현재 구단과 선수는 줄다리기 중이다. 이병규는 현역 연장을 원하고 있고, 구단은 지도자로 트윈스에 남아 주길 바라고 있다. 2017년 1월 31일, 선수 등록 마감일까지는 결정을 해야 한다.
◇ 이럴 줄 몰랐다.
Agian 2014
LG는 전반기를 34승1무45패로 마쳤다. 리그 8위에 그쳤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상승세를 탔다. 8월 3일부터 9연승을 거두며 6위까지 올라섰고, 9월 첫 경기인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에 올랐다.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4.59)은 두산에 이어 2위, 팀 타율(0.297)도 3위를 기록했다.
경험이 쌓인 젊은 야수들이 성장세를 보여 줬다. 6월까지 기복을 보이던 마무리 투수 임정우도 한층 안정감이 생겼다. 우완 불펜 투수 김지용은 셋업맨으로 올라서 견고한 허리 라인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LG는 5강 경쟁 승부처인 9월 2~3째 주 12경기에서 10승2패를 기록하며 4위를 탈환했다. 승패 차이 '-16'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2014년 기적을 재현했다.
우규민 부진
우규민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 수를 올렸다. LG 선발진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투수였다. 올 시즌은 부진했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 획득을 앞둔 중요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4월 등판한 5경기에선 완봉승을 포함해 2승·2.05를 기록했다. 이후 23경기에서 11패(4승)를 당했다. 시즌 성적은 6승11패·평균자책점 4.91.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세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지용 '등장', 김용의 '각성'
투수 김지용과 외야수 김용의는 후반기 질주를 이끈 일등 공신이다. 김지용은 후반기에만 34경기에 등판해 2승3패·16홀드·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전까지 무명 투수였다. 하지만 패전 처리로 나서며 실력을 증명했고, 추격조를 거쳐 셋업맨까지 자리했다. 정찬헌·유원상 등 부상당한 오른손 불펜 투수들이 많았지만 김지용이 탄탄한 연결 고리가 돼 줬다.
김용의는 지난 1월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였다. 오키나와 2차 캠프에는 합류했지만 그에게 기대가 크지 않았다. 전반기 출전한 44경기 중 선발 출장은 22번에 그쳤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달라졌다. 타격감이 크게 향상됐다. 지향점이 바뀌었다. 다른 선수들처럼 당겨 쳐서 장타를 만들려는 욕심을 버렸다. 긴 팔을 이용해 콘택트 중심의 밀어 치는 스윙을 장착했다. 후반기 61경기에선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0.345를 기록했다. 리드오프를 꿰차며 LG 타선의 고민거리도 없앴다. KIA와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결승 희생 플라이를 쳤고,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3안타를 치며 경기 MVP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