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6시즌 KBO리그가 종료됐다. 순위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사건사고·논란도 많았다.
일간스포츠는 한 시즌을 돌아보는 구단별 결산 시리즈를 마련했다. 시리즈는 정규시즌 성적 역순이다. 두 번째 순서는 9위 삼성이다.
한줄평 - 부자 망해도 3년?
키 넘버 - -0.09(삼성 외국인선수 5명 WAR 합계)
◇예상했다
-도박의 역습
삼성의 추락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삼성 선수단엔 오랫동안 도박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해외원정도박사건은 덮을 수가 없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10월 중순이었고, 처음부터 일개 프로단 차원에서 시작된 수사가 아니었다.
선발 윤성환, 셋업맨 안지만, 마무리 임창용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현행 포스트시즌 제도에서 이례적인 '정규시즌 우승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수모를 당했다. 임창용은 시즌 뒤 방출됐고, 윤성환과 안지만은 2016년 개막전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구단은 여론과 제도, 모기업의 입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시즌 개막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윤성환은 수사 미비로 참고인중지 처분을 받았지만, 안지만은 불법 인터넷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까지 받으면서 7월 이후 선수자격이 정지됐다.
-새집, 외화와 내빈
삼성 구단은 올해부터 숙원 사업이던 새 홈구장으로 입주했다. 낡은 시민야구장에선 마케팅다운 마케팅을 할 수 없었다.
새집에서 삼성은 비즈니스 면에선 성공을 거뒀다. 2년 전 역시 새집으로 이사한 KIA가 그랬다. 올시즌 홈 관중은 85만1417명으로 지난해(52만4971명)보다 62%나 증가했다. 부산 연고의 롯데와 함께 진행한 '1982 클래식씨리즈'는 두 팀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전년 대비 관중증가율은 전반기 90%에 달했다. 하지만 팀 성적이 하위권에 고착되며 후반기엔 62%에 그쳤다.
삼성의 또다른 변화는 최대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것이다. 프로야구단을 보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운영하겠다는 의지 표시였다. 하지만 아직 프로야구의 경영 여건은 좋지 않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성과로 직결되긴 쉽지 않다. 그래서 가장 가시적인 효과는 '절약'에서 나온다. 구단은 지출을 줄였다. 프랜차이스 스타 이승엽과 2년 FA 계약했을 뿐, 최대어로 꼽힌 3루수 박석민을 놓쳤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가성비'를 우선했다. 이른바 '메리트'도 주지 않았다.
◇예상 못했다
- 9등
올해 삼성의 가장 큰 이변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다. 전력 약화는 명약관화였지만, 시즌 전 삼성의 순위를 포스트시즌 탈락권인 6위 이하로 둔 예상은 거의 없었다. 못해도 너무 못했다. 정규시즌 순위(9위)는 창단 이래 최악이었고, 팀 승률(0.455)은 1996년(0.446)에 이어 두 번째로 나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외국인선수 농사 대실패였다. 발디리스, 웹스터, 레온, 벨레스터, 플란데 등 외국인 선수 5명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 합계는 마이너스(-0.09)였다. 수십억 원을 문자 그대로 허공에 날려버렸다.
부상은 시즌 내내 삼성을 괴롭혔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하는 동안 삼성에 새로 나타난 스타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전성기를 누리면서 어쩔 수 없이 세대교체가 지체됐다. 그리고 5년 동안 포스트시즌을 치른 후유증이 집단적으로 찾아왔다. 1군 주축 선수 중 부상으로 2군을 다녀온 적이 없는 선수는 이승엽, 박해민, 이지영 등에 그친다.
- 류중일 감독 교체
삼성의 이변은 정규시즌 내에만 일어나지 않았다. 여느해라면 한국시리즈 준비를 하던 10월 15일, 삼성은 한국시리즈 4회 우승 감독 류중일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젊은 김한수 감독을 선임했다. 올시즌 실패를 감독 책임으로 물을 수 없다는 건 구단도 인정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변화를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신임 감독을 보좌진도 젊은 코치로 대거 물갈이했다.
우승 기간 동안 삼성은 선수단의 기량과 코치스태프의 지원 역량이 이상적으로 맞물린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가능케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이었다. 메리트 미지급에 대한 반발에서 보듯 올해는 선수단에 이 변화가 잘 실감이 나지 않았을 수 있다. 삼성이 더 젊어지고, 더 스마트한 구단 운영을 지향한다는 점은 명확해졌다. 그리고 과거같은 풍족한 지원이 사라졌다는 점도 거의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