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52) 두산 감독은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장정석(46) 감독은 진중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시리즈가 미디어데이부터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두산과 키움이 22일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2019시즌 주인공을 가리는 최종 무대다. 두 팀 사령탑은 21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을 향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하며 좋은 기운을 받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장 감독도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이 가장 좋은 위치를 향해 달려왔고 기회가 왔다. 여력을 1%도 남기지 않고 모든 힘을 쏟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첫해(2015년)부터 두산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지도자다.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관록이 있다. 이전 네 시즌과 다른 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저 최종 무대에서 우승할 생각만 한다"고 했다. SK와 키움 가운데 어떤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와도 상관없었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올가을에 벌떼 불펜 운용으로 기세를 올린 키움의 투수 운용에 대해서는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한다"고 칭찬하면서도 "조상우가 많이 던지고 있다"며 상대의 불안 요소를 짚었다. 시종일관 여유 있는 입담은 자신감을 대변했다.
장정석 감독은 겸손했다. 선수단을 향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해줘서 고맙다. 이미 큰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작전과 기용이 유독 잘 맞아떨어지는 점에 대해 언급하자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선수단과 스태프가 만들어줬다"며 공을 돌렸다.
승부욕은 감추지 않았다. 한국시리즈가 몇 차전에서 끝날지 묻는 말에 장 감독만 한 손으로 답했다. 다섯 손가락만 폈다. 4승1패로 이기겠다는 의미다. 김태형 감독과 두산 대표 선수인 이영하, 오재일 그리고 키움 이정후와 이지영은 모두 6차전을 예상했다.
장 감독의 자신감은 두 가지다. 일단 자신이 경험을 쌓았다. 그는 "지난 시즌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지난 시즌에 이루지 못한 것들을 해내고 싶다. 아쉬움을 채우겠다"라고 말했다.
진화한 선수단의 저력도 믿는다. 앞선 준PO, PO에서 시리즈를 승리로 끝낸 뒤 "선수단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시즌 내내 강조한 단합이 가을 야구를 치르며 완성됐다고 본다. 키움은 올 시즌 두산과의 정규리그 상대 전적(9승7패)이 앞선다. 장 감독은 "선수들이 두산전을 잘 풀어간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며 전력도 뒤질 게 없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두 사령탑은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소속 선수들의 감사 인사와 자신감 표출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소속 투수 이영하가 "나가는 경기마다 잘 던지겠다"는 각오를 전하자 김태형 감독은 "현재 두산 마운드에 (이)영하보다 잘 던지는 투수가 없다. 우리 팀의 미래다"고 말하며 화답했다. 공·수 전력 핵심인 주전 포수 박세혁을 향해서는 "이미 전력 분석을 마쳤을 것이다"며 믿음을 보낸 뒤 "포수가 확신을 갖지 못하면 투수가 흔들린다. 확신을 갖고 경기에 임하라"는 조언을 했다.
소속 야수 이정후가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감사 인사를 들은 장정석 감독도 "내가 한 게 없다. 이정후는 최고의 선수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지금처럼만 해달라"며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훈훈한 사제의 정이 전해지는 가운데 두 사령탑은 더 명확하게 다부지게 우승 의지를 전했다. 한국시리즈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