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문을 두드린 덕분이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2007년 데뷔해 2014년 영화 '명량'을 만나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기했다.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그는 권율이라는 이름 두 글자를 세상에 알렸다.
권율은 '챔피언(김용완 감독)'으로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 전작인 SBS 드라마 '귓속말'에서 악역을 소화했던 그는 종영 1년 만에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로 변신했다. 팔씨름 챔피언 마크(마동석) 곁에서 새로운 코믹 내공을 보여준다.
-친분있는 윤계상에게 아재개그를 배운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하하하. 주변 사람들 중 윤계상이 가장 웃기다고 생각한다. 형은 긍정적이고 몸으로 실천한다. 보고 있으면 재밌다. 진짜 성실하다. 매일 새로운 것들을 하기 위해 몸으로 움직인다.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재 개그를 닮았나보다."
-마동석의 연기는 어땠나. "마동석은 경험치가 많다. 옆에서 부산 떨며 던지면 받아준다. 정말 잘 받아준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마동석을 많이 귀찮게 했다. '어떤 연기가 더 재밌는 것 같냐'고 묻곤 했다. 대중이 코믹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알고 계시는 것만큼 어마어마한 코미디 내공을 가지고 있다. 마동석을 웃기려고 대사를 준비해가기도 했다."
-코미디 장면에서 NG가 나지는 않았나. "NG는 내가 제일 많이 냈다. 호흡과 템포가 끊기면 잘 살지 않아서 다시 새롭게 찍을 때가 많았다. 웃기면 웃음이 나는 그대로 잘 살리려고 해서 웃음 때문에 NG가 난 적은 별로 없다. 어떻게든 재밌는 에너지를 이어가 OK컷으로 만드려고 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의외의 연기를 했을 때 빵 터졌다."
-엔딩이 아쉽지는 않나. "엔딩은 팔씨름을 소재로 한 스포츠 영화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가족, 코미디, 휴먼이 들어있는 베이스에 팔씨름이 결합되며 나온 영화가 '챔피언'이다. 아쉽게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팔씨름이라는 스포츠의 재미에 더 집중하지 않았나싶다."
-한예리와 호흡은 어땠나. "한예리는 워낙 연기를 잘 한다. 현장에 오면 진심이 느껴진다. 집중력이나 캐릭터에 몰입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상대 배우들 모두 진심의 힘으로 젖게 만든다.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여러 작품을 같이 했지만 늘 존경하고 존중한다. 한예리가 던져주는 진심에 자연스럽게 젖어들 준비만 하면, 거기에만 맡기면 된다는 생각에 전혀 무리될 것이 없었다. 수진이라는 캐릭터가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는데, '챔피언'의 중심 정서가 돼 줬다고 생각한다."
-코믹 연기 전문으로 전향할 생각은 없나. "코믹 연기는 조금 더 갈고 닦아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을 때 꾸준히 연마를 해서, 2차 남북정상회담 쯤에는 시도해보겠다.(웃음)"
-예능에 도전해도 어울리겠다. "윤계상 형과 함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있다. 예능이 어렵더라.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직접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작품 속 캐릭터에 몰입해 닮아가는 스타일인가. "그런 부분을 경계하는 편이다. 유쾌한 캐릭터도 있지만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있다. 캐릭터를 닮아가는 것은 나도 내 주변도 힘들게 하는 일이다. 경계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묻어나긴 하더라. 언제나 프로라는 생각을 가지고 몰입할 때에만 더 몰입할 수 있게, 일련의 훈련 과정을 해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