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22/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함성이 한 편의 노래가 됐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새로운 노래를 품고 돌아왔다. 놀랍게도 그 시작점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의 푸른 함성이었다. 쉼 없이 달려온 음악 인생의 변곡점에서 마주한 야구, 그리고 3볼 2스트라이크라는 벼랑 끝의 순간. 안지영은 그라운드의 치열한 한 장면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건져 올려, 오늘을 버텨내는 우리 모두를 위한 깊은 위로의 노래 〈풀카운트〉를 빚어냈다.
푸른 사자들의 그라운드에서 마주한 전율
안지영과 야구의 만남은 우연처럼, 그러나 운명처럼 찾아왔다. 원래 스포츠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 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온몸으로 체감한 푸른 열기, 관중석을 가득 채운 응원가. '아,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라는 강렬한 전율은 곧 그를 야구라는 거대한 서사 속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삼성 시구에 나선 안지영. 삼성 제공지난 7월 라팍에서 경기 후 콘서트 블루샤우팅데이에 참여한 안지영. 삼성 제공
친구들과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부르고, 작업실에서도 중계 화면을 켜놓은 채 경기 흐름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덧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야구는 지친 하루의 끝에서 그를 다시 숨 쉬게 만드는 거대한 에너지가 됐다.
안지영이 꼽은 삼성 라이온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반전’이다. 지독한 침묵을 깨고 단숨에 경기를 뒤집는 타선의 폭발력,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기 전까지는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끈질김. 그 드라마틱한 서사 속에서 그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선수들의 땀과 눈물에 온전히 몰입했다.
락(Rock) 스피릿의 사자 군단, 푸른 파도가 건넨 위로
안지영이 말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또 다른 정체성은 응원 문화에 깃든 특유의 '락(Rock) 스피릿'이다. 밴드 사운드가 살아 숨 쉬는 응원가와 승리의 순간 경기장을 뒤흔드는 벅찬 떼창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선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우리 삼성은 락이에요! 이기고 들으면 희열이 넘쳐요." 집에서도 응원가를 찾아 틀어놓을 만큼 빠져든 푸른 파도의 열정은 고스란히 음악적 영감으로 이어졌다.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22/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22/
무엇보다 깊은 울림을 준 것은 승패와 무관하게 그라운드를 향해 응원하는 관객들의 뒷모습이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고 패색이 짙어져도 마지막 순간까지 깃발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이는 팬들. 그 한결같은 지지는 관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연대와 닮아 있었다.
안지영은 이 거대한 사랑이 선수들의 외로운 어깨를 받쳐주듯, 자신의 노래 역시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가을의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단에게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길 바랐다. "기죽지 마라, 우리에겐 이 거대한 팬클럽이 있잖아!"라는 그의 당찬 응원은 그라운드를 향한 가장 진심 어린 러브레터인 셈이다.
벼랑 끝 갈림길에서 마주한 한 사람의 성장통
부진에 마음 아파하고, 안타 하나에 안도하며 영락없는 ‘찐팬’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봐 온 그는 삼성 선수단과 야구팬, 나아가 모든 청춘을 위해 펜을 들었다.
신곡 〈풀카운트〉는 야구에서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인 '풀카운트(3볼 2스트라이크)'에서 출발했다. 볼넷으로 걸어 나갈 것인가, 삼진으로 돌아설 것인가, 혹은 호쾌한 홈런으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낼 것인가. 안지영은 이 숨 막히는 순간을 그라운드에만 머물게 두지 않고, 매일 선택의 기로에서 치열하게 버텨내는 보통 사람들의 삶 속으로 가져왔다.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22/
"이 노래엔 삼성 선수들의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요." 그가 곡을 쓰며 떠올린 얼굴들은 다양했다. 주장의 무게와 책임을 묵묵히 짊어진 캡틴 구자욱과 원태인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혹독한 성장통을 앓고 있는 김영웅, 이재현, 배찬승, 이승민 등 젊은 사자들까지. 하지만 가이드 녹음을 진행하던 날 터져 나온 눈물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곡의 모티브는 삼성과 선수들이었지만, 결국엔 한 성인의 성장통 이야기예요. 20대에 들어선 어른은 청소년기보다 더 외롭고 힘든 시기일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 나아갈 미래를 위해 든든히 밥을 챙겨 먹고, 눈 질끈 감고 잠드는 날들로 버티며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죠. 처음엔 선수와 팬들을 향한 위로였는데, 부르다 보니 청춘과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같더라고요.”
노란 옥스퍼드 노트에 연필을 꾹꾹 눌러 담으며 써 내려간 가사에는 볼빨간사춘기식 위로가 오롯이 담겼다.
“결국엔 너의 발자국들이 정말 멋진 한 편의 이야기가 될 거야…” “멀리 보이는 저 빛이 점점 밝아져 널 위해 모두가 환호를 해…”
야구를 모티브로 한 만큼 신나는 곡을 예상하기 쉽지만, 안지영은 화려한 전자음 대신 심장을 울리는 밴드 사운드를 택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밴드 세션들과 함께 다듬어낸 사운드는, 마치 가을 야구의 선선한 바람처럼 낭만적이면서도 단단한 '라이온즈 락 스피릿'을 품고 있다. 기존 대표곡 〈나의 사춘기에게〉가 지나온 상처를 보듬는 곡이었다면, 〈풀카운트〉는 여전히 흔들릴지라도 다시 앞으로 걸어가야 할 어른들에게 건네는 담담한 용기라는 설명이다.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창간특집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9.22/
우리의 풀카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10월 22일 공개되는 〈풀카운트〉는 삼성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헌사이자, 이 계절의 끝자락에서 휘청이는 모든 청춘에게 쥐여주는 따스한 손난로다.
“뭘 해도 안타가 안 나오는 날이 있잖아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자체가 누군가에겐 정말 큰 위로가 돼요. 인생의 수많은 풀카운트 앞에서,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 선택의 발자국들이 모여 결국 가장 아름다운 한 편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3볼 2스트라이크. 다음 공이 무엇이든 타자는 배트를 쥐고 투수를 응시한다. 투수 역시 스트라이크 존 안에 정교하게 공을 던지기 위해 모든 집중력을 끌어 올린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그 찰나의 정적 속에서, 안지영의 단단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기죽지 마라, 환호의 순간은 머지않아 반드시 찾아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