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 있는 지표가 반드시 좋은 해석을 동반하진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 선발진이 해낸 의미 있는 기록은 오히려 팀의 선택에 고민을 안긴다.
롯데는 올 시즌 가장 안정감 있는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한 팀이다.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레미 비슬리, 국내 투수 박세웅·나균안·김진욱이 모두 25번 이상 등판했다. 팀 마운드에서 6번째로 많은 선발 등판을 기록한 이민석이 5경기에 그쳤다. 5인 로테이션이 거의 무너지지 않고 가동됐다는 의미다.
지난 11일에는 선발 투수 5명이 모두 규정이닝을 채우는 진기록을 세웠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출전으로 두 차례 등판하지 못했던 김진욱이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을 쌓아 최소 기준인 144이닝을 1분의 3 넘겼다. 이는 2014년 삼성 선발진(릭 벤덴헐크·JD 마틴·배영수·윤성환·장원삼) 이후 12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올 시즌 정규시즌 1위 KT 위즈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고영표 1명뿐이다. 2위 삼성 라이온즈는 원태인과 아리엘 후라도 2명. 정규시즌 강팀들도 롯데보다 안정적인 선발진 운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경기를 남겨둔 롯데의 2026 정규시즌 성적은 7위 또는 8위다. 세부 기록을 조명하면, 이상하지 않는 순위다.
일단 두 외국인 투수는 나란히 10승을 거뒀지만, 4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후반기 기복이 컸던 비슬리는 4.96이다.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의미하는 퀄리티스타트도 로드리게스 13회, 비슬리 12회로 리그 1위(20회)와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로드리게스는 구위, 비슬리는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았다. 하지만 두 투수 모두 풀타임 선발 투수 소화 경험이 적거나 오래 전이라 후반기 순위 경쟁이 치열할 때 에이스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결국 막판에는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했다.
7승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하며 비로소 1라운더(2021) 잠재력을 드러낸 김진욱의 성장은 롯데에 큰 수확이다. 하지만 베테랑 박세웅의 승수(3)와 평균자책점(4.71)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나균안은 6승 11패 평균자책점 4.27 QS 11회를 기록했다. 4~5선발급 투수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현재 기량과 성적이 '고점'이라면 동행을 두고 고민이 생긴다. 나균안은 포수로 입단해 투수로 성공한 롯데 프랜차이즈 선수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다.
선발진이 그저 '안정감'만 있는 게 포스트시즌 진출을 보장하진 않는다. 여기에 다섯 투수 모두 규정이닝을 채운 건, 롯데 불펜 투수들이 약해 선발 투수에게 한 이닝이라도 더 맡기려 했던 감독의 운영도 영향을 미쳤다.
12년 만에 진기록을 세운 건 고무적이지만, 롯데의 공격력이 올 시즌처럼 기복이 크다면, 롯데는 15승 이상 거둘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 한두 명을 확보하는 게 더 실리적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