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5000원짜리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620만원에 팔린다. 정가의 약 37.6배다. 야구 입장권에는 선수 포토카드를 끼워 넣어 웃돈을 받는다. 국내 단속을 피해 해외 플랫폼에 티켓을 올리는 사례도 등장했다.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한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암표상들의 수법은 오히려 교묘해지고 있다. 단순히 티켓 가격을 높여 파는 것을 넘어 다른 상품과 묶어 거래하거나 해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사례는 암표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부산 수영구)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티켓 거래 사이트에는 정가 16만5000원인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620만원에 등록됐다. 미국 티켓 재판매 플랫폼 스텁허브에는 엑소 콘서트 좌석이 정가의 16배 수준인 330만원에 올라왔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서도 국내 아이돌 공연 티켓을 재판매하는 게시물이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끼워팔기'가 새로운 암표 거래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가 7만2000원인 야구 티켓 3장에 선수 포토카드 5장을 묶어 총 21만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티켓 가격은 정가로 표시하고 포토카드 가격을 13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판매자는 '티켓만 구매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공연 티켓에 굿즈를 끼워 159만6000원을 요구하는 매물도 등장했다. 티켓 자체에는 웃돈을 붙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다른 상품의 가격을 통해 차익을 챙기는 구조다.
문제는 법적 규제와 실제 거래 방식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른 암표 방지 조치는 지난 8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암표 거래를 차단하고 부정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암표상들이 거래 방식을 바꾸면서 단속의 실효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단속 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신고센터가 신고를 접수하고 문체부에 보고하면, 문체부가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이후 경찰이 판매자를 특정하고 수사에 나선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는 날짜가 정해져 있다.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실제 수사와 처벌까지 시간이 걸리면 해당 공연이나 경기는 이미 끝날 수 있다. 사후 처벌만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신고와 수사 사이에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며 원스톱 대응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암표 거래로 24억원을 챙겨 부동산까지 매입한 사례를 거론하며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법 시행 이후 약 3만 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를 모두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 끼워팔기 방식의 부정거래를 포함해 170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끼워팔기 꼼수는 다 부정거래로 인정된다"며 검거와 과징금 부과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지면 암표 거래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밝힌 3만 건의 차단 실적이 실제 암표 거래 감소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 의뢰된 170명에 대한 처벌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해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국내 법과 행정력으로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암표상들은 이미 새로운 판매 방식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정부의 차단 실적은 쌓이고 있지만, 암표 거래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수사와 처벌 결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