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추영우 (사진=일간스포츠 DB)
가만히 지켜보게 된다. 배우 추영우가 극적인 아픔을 간직한 인물도 생활감이 묻어나는 연기로 풀어내 점점 ‘연애박사’를 설득한다.
지난 5일 첫 방송한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는 고등학교 때 수영선수였지만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박사과정생 박민재(추영우)와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새로운 길에 들어선 석사과정생 임유진(김소현)의 이야기다. 멜로 수작 ‘졸업’ ‘봄밤’ 등을 탄생시킨 고(故) 안판석 감독의 유작이다.
극중 추영우가 연기하는 박민재는 특유의 리듬감을 품고 있다. 골육종의 완치 판정을 받아도 전전긍긍하고, “내 몸이, 내 건강이 언제까지 허락할지 모른다”며 느긋한 연구실 동료들을 다그치기도 한다.
오른쪽에 의족을 착용한 박민재의 걸음걸이는 그의 조급한 마음을 따라주진 못한다. 하지만 자신을 앞질러 가는 이 앞에선 오히려 차분하게 보인다. 처음 본 히로인 임유진이 뛰다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연고를 사다 주는 다정함도 있지만, 이족보행의 원리와 상처로 인한 궤양을 설명하는 건 과하게 ‘공대 너드’스럽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이 같은 캐릭터의 설정과 우연한 만남이 드라마답지만, 안판석 감독 특유의 지긋하게 바라보는 듯한 카메라 속 추영우의 연기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처럼 보인다. 감정의 진폭이 크게 널뛰기보단 잔잔하게 들쑥날쑥하면서 박민재라는 인물을 쌓아 올린다.
추영우의 장점으로 평가받는 생활형 리액션이 빛을 발한다. 돌려 말하지 못해도 상대의 눈치는 살피는 은근한 눈빛이나, 자신의 역린이 건드려지면 욱하려다가도 누르는 표정 등이 모여 극의 리얼리티를 높인다. 이를 두고 추영우는 “일상에서 민재의 상처가 올라오는 순간에 감정을 컨트롤하는 지점과 정도를 많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추영우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ENA 월화드라마 ‘연애박사’ 추영우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그렇다고 ‘투병’이 정체성인 인물은 아니다. 단지 더욱 잘 살고 싶은 오늘날 청년이다. 추영우는 의족을 착용한 걸음걸이나 신고 벗을 때의 감정을, 단지 박민재에겐 몸에 익은 일상의 일부처럼 표현했다. 앞서 청춘멜로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통해 시한부를 연기하면서 호불호 반응을 얻은 추영우지만, 이번엔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던 지점이다.
생전 안판석 감독이 배우들에게 말했듯 ‘연애박사’는 “지금이 바로 전성기”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결손’에 대한 연민이 아닌, 그를 계기로 열게 된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이다. 1인 2역(‘옥씨부인전’), 양궁선수(‘견우와 선녀’)에 이어 또 한 번 쉽지 않은 설정에 도전했지만, 준수한 소화력을 보여주면서 추영우 또한 재발견의 가능성을 열었다.
무엇보다 멜로드라마인 만큼 입소문 흥행 가능성 또한 남주인 추영우에게 달렸다. ‘연애박사’ 1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 1.8%로 출발해 2회 2.4%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2회 말미에 두 남녀 주인공이 입맞춤한다는 예상 밖 속도감 있는 전개로 장르 팬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상대역 김소현과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가 점차 설레고 애틋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터, 탄탄한 해석으로 만든 추영우표 멜로 남주가 더욱 많은 시청자를 설득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