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 8회말 1사 주자 2,3루에서 kt 최원준이 단일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인 204번째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프로야구 45년 역사의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갈아치운 날. 하지만 대기록의 주인공은 온전히 웃지 못했다.
KT 위즈 외야수 최원준은 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3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204안타를 기록,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가 2024년 세운 202안타로, 최원준이 이를 넘어섰다.
하지만 최원준은 경기 후 기쁨의 환호 대신 '경쟁자'의 이름을 대거 쏟아냈다. 롯데 자이언츠의 빅터 레이예스였다. 최원준은 최다 안타 신기록 인터뷰에서 레이예스의 이름을 무려 10차례나 직접 입에 올렸다.
"너무 기쁜데 레이예스 선수가 있어서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다. 나 혼자만 대기록을 세웠다면 이번 신기록이 확 와닿았을 텐데, 레이예스가 너무 잘한다. 하루 지나면 깨질 수도 있는 기록이라 그런 것 같다."
롯데 레이예스. 롯데 제공
같은 날 레이예스는 부산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시즌 203안타 고지를 밟았다. 시간상 신기록은 최원준이 먼저 가져갔지만, 레이예스 역시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게다가 잔여 경기 수에서 롯데와 레이예스가 최원준보다 2경기 더 여유가 있다. 남은 일정에서 레이예스가 안타를 더 쌓는다면, 어렵게 세운 단일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의 최종 주인은 결국 레이예스로 바뀔 수 있다. 최원준이 대기록을 세우고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최원준은 "레이예스의 남은 경기 수가 나보다 2경기 더 많다. 현실적으로 레이예스가 더 많은 안타를 칠 것 같다"며 마음을 비운 듯한 모습을 보였다. 쉬는 날 레이예스의 경기를 챙겨보겠느냐는 물음에도 "안 보려고 한다. 내가 못 치길 바란다고 해서 그 선수가 안 칠 것도 아니다. 당연히 칠 것이기 때문에 굳이 본다고 달라질 게 없다"며 덤덤하게 넘기려 했다.
KT 최원준-롯데 레이예스. 사진=구단 제공
그러나 경쟁 의식은 숨길 수 없었다. 레이예스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도 많았지만, 최원준 역시 레이예스를 많이 언급하며 그를 의식하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그는 신기록을 세운 이날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던 중 구단 직원에게 "오늘 레이예스 몇 개 쳤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자를 향한 '리스펙트'는 진심이다. 최원준은 "직접 같이 경기를 뛰어봐도 레이예스는 그냥 괴물 같다"며 상대의 압도적인 타격 능력을 인정했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최다 안타 200개를 넘어서는 것은 40홈런보다도 더 보기 드문 희귀한 대기록이다. 만약 레이예스가 최종적으로 신기록을 경신한다면, 레이예스 역시 MVP 후보로서 충분한 조명을 받아야 한다"며 경쟁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열 번이나 불린 '레이예스'라는 이름은 단순히 타이틀을 뺏길까 두려워하는 조바심이 아닌, 대기록을 완성해 나가는 라이벌을 향한 가장 정직하고 뜨거운 존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