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군대라는 키워드를 공감하고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국민들이 엄청나게 많단 걸 방증한 사례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군대 썰이 무궁무진하대도 남녀노소 시청자를 사로잡은 건 다른 차원의 괄목할 성과다. 시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신병’ 시리즈의 민진기 감독과 윤기영 작가가 시즌제 IP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비결을 이야기했다.
종영을 하루 앞두고 일간스포츠와 만난 ‘신병4: 사보타주’(이하 ‘신병4’) 민진기 감독과 윤기영 작가는 “시즌제라 이전 시즌보다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다”며 입을 모았다.
29일 최종회를 방송하는 ‘신병4’는 계급이 오르고 고민도 늘어버린 상병 박민석(김민호)의 군 생활 후반전을 그렸다. 진급한 원년멤버와 새로운 신병, 대대장의 등장뿐 아니라, 사건의 무대도 부대 밖으로 넓힌 스케일 확장이 눈에 띄었다. 회차도 기존과 달리 12부작으로 늘렸는데, 5회에서 시리즈 첫 4%를 돌파, 자체 최고 시청률을 4.8%까지 끌어올렸다.
흥행 요인에 대해 민 감독은 “시즌별로 팬이 누적되어 가능했고, 채널과 플랫폼에서 홍보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도 “다음 회차를 보게끔 화제성 있는 인물이나 사건을 등장시켜서 시청자에게 휘발되는 게 아니라 회자되도록 짠 구조도 통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하이퍼 리얼리즘을 자부할 만큼 현실적인 2010년대 군대 풍경을 재현해 왔지만, 이번 시즌에선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 모티브를 등장시켜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이른바 ‘양구 사건’으로 알려진 위수지역 비행 청소년에게 군인들이 폭행당한 에피소드나, 호국 훈련 에피소드에서 해병대 이종구 상사를 연상시키는 ‘이중구’ 캐릭터가 등장하는 식이다.
윤 작가는 “처음부터 놓고 쓴 건 아니지만, 금연에 성공해 단체외박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조사했다. 양구 사건도 있었고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며 “비난 의도보단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양하게 다뤄보고자 했는데 공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에선 별다른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으나, 극중에선 대대장 변혁진(이현균)의 단호한 대처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군 현실은 무겁고 무섭지만, ‘신병’은 블랙코미디이기에 재미와 대리 만족에 가치를 뒀단 설명이다.
“불편한 사람이 없는 코미디가 1번이라고 생각했어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해 많이 알고 있어야 가능하죠.” (윤 작가)
사실적인 고증보단 누구나 웃을 수 있는 코미디로 이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집단 창작 시스템을 통해 윤 작가를 비롯한 다수의 작가진이 사람들의 행동과 웃음이 터지는 요소를 분석해 보편적인 건 물론 특정 세대별 개그 코드를 곳곳에 심었다. 물론 미리 치밀한 설계를 마친 건 아니다. 실시간으로 민 감독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장면이 발전했다. 군대물이지만 남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성 시청층도 끌어모을 수 있던 이유다.
이 같은 코미디를 자연스레 구사하며 무탈하게 네 시즌을 롱런한 배우진에게도 공을 돌렸다. 민 감독은 “배우 데뷔를 ‘신병’으로 한 친구도 많은데 시즌을 거듭할수록 다른 작품에도 나와 필모그래피를 쌓는 걸 보면 모자란 아들이 잘 되어가는 걸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애정을 표했다.
전세계 역 김동준과 공세로 닮은꼴 한가인의 특별출연 성사시킨 건 큰 수확이었다. 민 감독은 “우리 세계관에 한 번 들어오면 계속 가는 거다”며 “다음에도 출연 해주신다면 좀더 스펙터클하게 배우 한가인의 진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열어뒀다. 단지 일회성 화제 몰이가 아닌, 후속 시리즈로 연계 가능성까지 염두 하는 데서 공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론 군인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가 대한민국에서 지속될 이유가 생겨 의미있던 시즌이었습니다.” (민 감독)
군대라는 한정적인 공간 배경과 현실보다 천천히 흐르는 이야기의 시간 축. 그럼에도 ‘신병’은 동시대와 공감대를 찾으며 ‘다음’ 걸음을 스스로 넓혀왔다.
민 감독은 “최종회에 작가님과 내가 그리는 ‘넥스트’가 전부 들어갔다”며 “‘신병’의 캐릭터가 스무 명인데 김하나(공민정) 소령이 마지막 회즈음 투입된 건 결국 우리가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단 거다. 이번 시즌엔 해병대까지 변주를 줬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갈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웃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