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이 또 한 번 가족의 얼굴을 낯설게 만든다. ‘얼굴’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마주 세웠다면, 신작 ‘실낙원’에서는 AI 시대의 엄마와 아들을 파고든다.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실낙원’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에게 죽은 줄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포토] '실낙원' 연상호 감독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평단의 관심을 받는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짚어내고, 영화 ‘부산행’으로는 한국형 좀비 장르의 새 지평을 연 장본인이다.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기생수 : 더 그레이’, ‘가스인간’으로 장르의 폭을 넓힌 데 이어 최근에는 영화 ‘얼굴’, ‘군체’를 연이어 흥행시켰다.
연 감독은 ‘실낙원’이 ‘얼굴’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얼굴’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실낙원’은 엄마와 아들을 마주 세운다. 하지만 “‘얼굴’은 13회차 찍었는데 ‘실낙원’은 한 회차가 더 필요했었다”고 귀띔할 만큼, ‘실낙원’은 인간의 본능을 더 깊이 다룬다.
‘실낙원’의 출발점은 청소 노동자로 수십 년을 일한 연상호 감독의 어머니로부터 시작됐다. 어머니가 연습장에 적은 세 페이지짜리 글에 영감을 받아, 어머니에게서 이야기를 직접 구매했고 그렇게 ‘실낙원’이 탄생했다.
연 감독은 “저희 어머니가 저를 유독 아끼신다”며 “‘군체’ 메이킹 영상이 나갔을 때도 전화오셔서 ‘너가 이렇게 고생하는지 몰랐다’고 우셨다”라며 어머니와 애틋한 관계임을 밝혔다.
이어 “아내한테도 얼마전에 ‘실낙원’을 보여줬는데 카톡으로 본인 이야기를 보내주더라”며 곤란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어머니 것보다 더 다크하다”며 다음 영화는 ‘아내의 이야기’라고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앞서 ‘실낙원’ 지난 13일 (현지 시각) 제51회 토로톤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돼 현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로써 연상호 감독은 지난해 ‘얼굴’에 이어 ‘실낙원’으로 2년 연속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셈이다.
연 감독은 “‘얼굴’ 때도 ‘박정민이 이 정도라고?’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현지 반응이 더 좋았다. 건방져 질정도”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토] 배현성-김현주, '실낙원' 모자 ‘실낙원’은 ‘얼굴’과 이야기뿐만 아니라 저예산으로 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 감독은 “사실 투자를 받으면 그 이상을 돌려줘야 한다는 채무감이 생긴다. 반면에 내돈내산 영화는 너무 마음이 편하다”며 “‘얼굴’ 때 느꼈던 그 마음에 중독돼서 ‘실낙원’까지 온 것 같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제작비는 연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적게 들었을지라도, 스토리는 결코 저예산이 아니다. 원작 소설 ‘블랙 인페르노’를 바탕으로 하며, AI로 복원한 가상의 아들과 진짜 아들 사이에서 지독한 ‘딜레마’에 빠져드는 과정이 관전 요소다. 현재 기술이 만들어낸 완벽한 이미지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그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실낙원’를 이끌어갈 배우들도 흥행을 기대케 한다. 극중 류소영 역은 ‘지옥’ 시리즈와 ‘정이’ ‘선산’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는 김현주가, 9년 만에 돌아온 낯선 아들 류선우 역은 첫 영화 주연에 나서는 배현성이 맡았다. 10월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