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가능한 사랑' 기대해 주세요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으로 8년 만에 돌아왔다. 한 손에는 오랜 동료이자 후배인 전도연·설경구를, 다른 한 손에는 새로운 파트너 넷플릭스를 두고 전 세계 관객과 만난다.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버닝’(2016) 이후 처음 선보이는 장편 영화다. 해고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이 감독은 “8년 만에 뵙게 돼서 마음이 벅차다”며 “‘가능한 사랑’은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영화다.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또 다른 사랑도 있다. 우리처럼 영화하는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사랑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했다.
이어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사실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걸 전제로 한다. 너무 쉽게 잘 이루어지는, 모두에게 축복받는 사랑 이야기는 굳이 서사로 만들어져 전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불가능하다는 걸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라고 부연했다.
[포토] 설경구, 장난기 가득
이야기의 중심에 선 네 배우 전도연(미옥 역), 설경구(호석 역), 조인성(상우 역), 조여정(예지 역)은 작품 출연 이유로 이 감독을 꼽으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전도연은 “출연의 가장 큰 이유이자 매력은 감독님”이라며 “책을 읽고 났을 때 여운이 강렬해서 ‘역시 이창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고, 설경구는 ‘가능한 사랑’ 출연을 위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일정을 조정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호프’와 ‘휴민트’ 촬영으로 지쳐 있던 조인성 역시 이 감독과 작업하기 위해 휴식을 포기했다. 조인성은 “배우로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데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현장에서 계속 긴장하면서 감독님 디렉션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갔던 현장이었고, 돌아보면 정말 그리울 것 같은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들과 감독 간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 ‘길복순’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도연과 설경구는 ‘가능한 사랑’을 통해 네 번째 호흡이자 두 번째 부부 연기를 펼쳤다. 또 전도연은 ‘밀양’,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통해 이 감독과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 감독은 “20여 년 전에는 배우와 감독으로서 긴장이 있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내다 보니 우리 사이 공기가 그때보다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며 “사실 십여 년 전에 다른 시나리오를 쓰고 준비하다가 마지막에 엎어졌다. 그때도 해고노동자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확신이 들지 않아서 못 했다. 그때도 전도연, 설경구가 주인공이었다. 되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가능한 사랑’은 그때의 이야기에 두 부부를 새롭게 넣은 작품이다. 처음과는 다른 영화가 되고 풍부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 영화가 되살아났다”고 작품 탄생 비화를 전하면서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특정한 기업 사건으로 받아들이지는 말라. 나는 이 자체가 우리 삶을 바꿀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포토] '가능한 사랑' 연출한 이창동 감독
개봉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해외 영화제 초청 소감도 전했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을 비롯해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 제64회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 섹션 등에 공식 초청됐다.
이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하게 됐다. 그래서 이 영화를 과연 어떻게 관객이 받아들이게 될지 최초 반응이 궁금하다. 그 뒤로 이어지는 영화제에서도 관객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발표와 동시에 화제가 됐던 이 감독과 넷플릭스와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당초 ‘가능한 사랑’은 국내 투자배급사와 손잡고 극장 개봉을 전제로 제작을 추진했으나 세부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 넷플릭스와 협의를 이어갔고, 넷플릭스는 지난해 8월 ‘가능한 사랑’ 제작을 공식화했다.
이 감독은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럼에도 극장용 영화를 만들기 위해 투자자를 찾았다. 이후 상황이 여의찮게 됐을 때 넷플릭스가 다시 작품과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며 “제작 과정에서도 어떤 간섭이나 요구 사항 없이 절대적으로 독립성을 인정해 줬다. 지금까지 중 가장 편하게 작업했다”고 만족도를 표했다.
넷플릭스로 향하는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산업 구조는 이미 바뀌고 있고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결국 극장과 스트리밍의 공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 그 안에서 얼마나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사랑’은 OTT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즐겁게 볼 수 있을 거다. 영화에 대한 생각, 내가 사는 세상과 삶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극장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