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호프’는 대규모 세트와 액션, 배우들의 열연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스토리에서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한 도전만큼은 의미가 크다.
영화는 호포항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이 사냥꾼 성기(조인성)와 길가에서 발견된 죽은 소를 조사하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범석은 거대한 갈퀴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소를 보고, 인근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무선으로 지원을 요청한다.
그러나 마을로 돌아온 범석이 마주한 광경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주변 사냥꾼들은 호랑이의 소행일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참상은 맹수의 습격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다. 건물은 거대한 무언가가 관통한 듯 무너져 있으며 주민들은 목숨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동차가 무언가에 의해 던져져 허공을 날아다니는 등 믿기 힘든 상황들이 펼쳐진다. 이에 범석과 성기는 정체불명의 존재를 추적하기 위해 총을 들고 나서고,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적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
‘호프’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촬영 당시 실체가 없는 존재를 상대해야 했던 만큼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데, 황정민을 비롯해 조인성, 정호연은 눈빛과 호흡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펼쳐지는 액션 연기는 엄청난 볼거리다.
전반부 50분은 황정민의 원맨쇼다. 언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홀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괴물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기에 오히려 더 무섭다. 스릴러 영화에 가까운 연출은 서스펜스를 극대화하고, 중간중간 녹아든 블랙코미디는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후 이어지는 괴물 등장 시퀀스는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전반부를 황정민이 책임졌다면 후반부는 조인성의 차례다. 승마 액션부터 달리는 차량 위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총을 겨누는 장면까지 액션 스케일이 한층 커진다. 육체적인 액션과 죽음의 위기를 겪는 감정 연기가 동시에 요구되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조인성은 이를 완벽히 소화하며 영화의 후반을 책임진다.
순경 성애를 연기한 정호연의 첫 등장도 단연 인상적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첫 총격 장면 하나만으로 캐릭터의 성격과 역할을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호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충분히 손에 꼽힐 만하다.
‘호프’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다만 아쉬움도 있다. 외계인 CG는 호포항 세트와 루마니아 숲 로케이션의 사실적인 배경과 맞물리면서 일부 장면에서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인간형 외계 생명체는 어딘가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비주얼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오히려 초반에 등장하는 기괴한 형태의 괴물이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야기의 개연성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외계인이 상징하는 의미, 인간과의 대립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엔딩까지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호프’ 스틸컷.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호프’는 분명 새로운 시도를 한다. 거대한 외계 생명체와 맞서는 배우들의 앙상블, 빽빽한 숲을 누비는 승마 액션, 디테일한 장면들과 보기 드문 대규모 스케일까지 모두 감탄을 남긴다.
‘호프’는 희망을 뜻한다.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의미처럼, ‘호프’는 한국 영화가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거대한 도전이 앞으로 한국 영화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향한 ‘희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