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빙니폼'이라고 불리는 한화의 레거시 유니폼. 스파이더 홈페이지 갈무리장종훈의 현역 시절 모습. 일간스포츠 DB<편집자 주> 본 기사는 일간스포츠 대학생 서포터즈가 기획부터 기사 작성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완성한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대학생 청년의 시선으로 스포츠 현장을 바라보았으며, 편집 과정을 거쳐 게재됐습니다. 이 외에도 일간스포츠 서포터즈가 기획 및 제작한 카드뉴스와 영상 콘텐츠는 일간스포츠 공식 SNS(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과거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레트로 유니폼과 점퍼 등의 상품을 잇달아 재출시하며 야구팬들의 이목을 끈다. Y2K(2000년대 초반의 패션과 문화를 상징하는 트렌드)를 비롯한 레트로(retro·복고풍) 감성이 다시 유행하면서, 해당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레트로 상품은 부모 세대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지만, 특유의 감성을 통해 현재 MZ(밀레니얼+젠지)세대에게도 신선한 스타일과 개성 있는 패션으로 소비된다.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거다. 실제로 일부 구단의 레트로 상품은 출시 직후 빠르게 동나거나, 구매를 위해 수 시간 대기 줄이 형성되는 등 높은 인기를 보인다. 레트로 상품의 높은 수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듯 레트로 상품은 단순한 스포츠 굿즈를 넘어 하나의 문화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화 이글스가 최근 출시한 오렌지 스트라이프 레트로 컬렉션이다. 전신 구단인 빙그레 이글스 시절의 유니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구단 초창기 정체성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팀의 역사와 전통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영구결번인 장종훈과 정민철, 그리고 현재 팀의 주축인 문현빈과 정우주를 화보 모델로 선정하며 세대 간 연결을 보여줬다.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단의 시작과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화는 이번 레트로 상품 출시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헤리티지(유산) 계승의 일환이라며, 레거시 시리즈를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회니폼'이라고 불리는 LG의 레거시 유니폼. LG 어페럴 샵 홈페이지 갈무리이병규(왼쪽)와 박용택의 현역 시절 모습. 일간스포츠 DB
LG 트윈스도 최근 'RE: CLASSIC'이라는 이름으로 레트로 회색 유니폼의 부활을 알렸다. 2000년대 중반 이병규, 박용택, 이대형, 조인성, 봉중근 등이 입고 활약했던 추억의 유니폼이었다. '다시 돌아온 우리가 사랑했던 유니폼'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디자인뿐 아니라 유니폼 로고까지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
한화와 LG 구단의 레트로 유니폼 출시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화 팬들은 "당시 시절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 "영구결번 선수들과 유망주가 함께한 화보가 레전드를 계승하는 느낌이라 감동적이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LG 팬들은 "과거 '암흑기'를 떠올리게 하는 유니폼을 굳이 부활시킬 필요가 있느냐"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는 각각 팀의 전성기와 암흑기를 상징하는 유니폼이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다. 하지만 과거 팀이 부진했던 시기의 기억만으로 레트로 유니폼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유니폼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지나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트로 유니폼이 과거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의 성과와 결합될 경우 새로운 이미지를 재정립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자신이 겪지 않은 시대를 그리워하는 현상을 '아네모이아(anemoia)'라고 한다. 과거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재해석되는 이 감정은 최근 스포츠계에서 확산하는 레트로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레트로 유니폼이 단순한 복고를 넘어 팬들에게 또 다른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팀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