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윤. (사진=본인 제공)
“요즘 걸어다니다 보면 가끔 아주머니들이 ‘‘유퀴즈’ 나온, 발리 사는 그 아가씨 아니냐’며 알아봐주셔서 신기해요.”
3년 전 찾은, 낯선 땅 발리에서 ‘진짜 나를 찾은’ 스토리로 화제가 된 허가윤이 말갛게 웃었다.
허가윤은 지난해 첫 에세이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를 출간하고 작가로 데뷔했다. 올해 1월 강연 콘텐츠 ‘세바시’ 출연에 이어 2월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발리행을 결심한 이유와 그곳에서 찾은 진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해 잔잔한 화제가 됐다.
‘유퀴즈’ 이후 줄곧 한국에 체류하다 다시 발리행을 앞두고 일간스포츠와 만난 허가윤은 “한국에 오면 발리가 꿈 같고, 발리에 가면 한국에서의 일이 꿈 같다.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생각도, 느낌도 달라지는 것 같다”며 복합적인 마음을 드러냈다. 허가윤. (사진=본인 제공) 허가윤은 2009년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인 포미닛으로 데뷔해 ‘핫 이슈’, ‘이름이 뭐예요’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바쁜 나날이었지만 정작 내면은 공허했던 7년간의 아이돌 생활. 이후엔 배우로 변신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20년 오빠를 잃은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그는 포기도, 은퇴도 아닌 ‘내려놓기’를 택하며 발리로 떠났다. 그 곳에서 그는 진짜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진짜 행복을 찾았다.
발리에서의 삶은 특별하지 않은, 말 그대로 ‘일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서핑 두 시간 타고 나면 점심시간이 되죠. 밥 먹고, 오후엔 친구들 만나고 또 바다에 나가 노을을 봐요. 최근까지는 책 쓰는 시간을 보냈고요. (경제활동에 대해 묻자)그곳에선 지출이 워낙 작다 보니 저작권료나 인세 등으로도 생활이 가능해요. 한국에서 한두 달 사는 게 발리에서의 1년 지출보다 더 들어요. 아끼려고 아끼는 게 아니고, 그냥 생활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허가윤은 또 발리로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생존을 위해” 하다 보니 점점 실력이 늘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연예인’이라는 타이틀 속,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내면의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온 짧지 않은 시간들. 회사의 ‘케어’를 받는 삶을 살다 혈혈단신으로 무작정 발리로 떠난 건, 그 자신도 신기하다 말할 정도의 무모한 선택이었다.
사진=tvN 방송 캡처 “처음엔 무서웠는데, 저를 던져 놓으니 재미있더라고요.” 당시엔 인지하지 못한 채 뒤늦게 깨달은, 그 스스로를 옭아맸던 강박으로 인해 마음의 ‘긴장도’가 높았던 그의 마음을 풀어지게 한 건 선입견 없이 자신을 대하는 현지인들의 오픈 마인드였다.
“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라 너무 편했어요. 나에 대한 선입견이 전혀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처음 만난 사이에도 나이를 묻고, 하는 일을 묻고, 좀 친해지면 형제 관계를 묻죠. 그런 것 하나하나가 상처였는데 외국 친구들은 ‘넌 어디서 왔어’ 외에는 ‘어떤 이유로 여행을 하고 있어?’ ‘너의 행복은 뭐야?’ ‘너의 가치관은 뭐야?’ 이런 식으로, 대화의 주제 자체가 달랐죠. 과거의 내가 아닌, 현재의 우리에 대한 이야기만 하죠.”
그렇게 ‘포미닛 허가윤’ 아닌 ‘발리의 가가’로 지내고 있는 그의 발리 생활 만족도는 최상이다. 특히 현재의 만족도보다 고무적인 건, 내면의 변화다.
“어려서부터 가수가 되고 싶으니까, 스스로를 그 틀에 맞추려 했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사람 만나는 게 무섭기도 했는데, 지금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대하고, 지내고 있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지금은 저 또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어요. 발리 가기 전에는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재미있고 행복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이런 게 진짜 행복한 거구나 라는 걸 진심으로 알았어요. 어릴 땐 1등을 해야 행복한 줄 알았는데, 그 행복은 금방 잊혀지더라고요.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죠.”
허가윤. (사진=본인 제공) 대화는 자연스럽게 허가윤이 처음으로 꿈을 이룬, 포미닛 시절 얘기로 이어졌다. “당시엔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잘 된 것이었더라”고 지난 시간을 돌아본 그는 “포미닛은 항상 상위권이지만 1등이 아니라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 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을 하는 다른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는 관대하게 얘기해주곤 하는데, 정작 저 자신에게는 안 그랬던 것 같아요. 1등에 대한 강박 속에 살았죠. 데뷔와 동시에 순위 경쟁이 시작됐고, 너무 많은 걸그룹들과 늘 비교가 됐어요.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하루라도 쉬면 너무 불안했고 뒤처지는 것 같았어요.”
은퇴는 아니지만 다시 연예인의 삶을 꿈꾸고 있진 않다는 허가윤. 최근 ‘친정’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 복귀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변신설에 대해 “회사에서 신인 걸그룹 론칭을 앞두고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내가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부분까지의 도움을 드린 것”이라며 엔터가로의 본격 복귀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그는 인터뷰 말미까지도 궁극의 행복을 강조했다.
허가윤. (사진=본인 제공) “발리에서 살면서, 인생이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다시 스트레스로 가두고 싶진 않아요. 그냥, 적당히 소소하게 살면서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