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가 ‘언더커버 미쓰홍’으로 닦아놓은 tvN 토일드라마 흥행 꽃길을 이제 하정우가 걷는다. 오는 14일 첫 방송되는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은 하정우가 2007년 ‘히트’ 이후 무려 19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 복귀작으로, 벌써부터 안방극장의 공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작품은 2억 원으로 20억 원짜리 꼬마빌딩을 사들인 ‘영끌족’ 기수종이 감당 못 할 이자 폭탄을 맞으며 벌어지는 가짜 납치극을 그린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탐미적인 미장센으로 파헤쳐온 임필성 감독과 날 것 그대로의 생활 연기를 구사하는 배우 하정우의 만남은 그 자체로 ‘필승 조합’이라 불릴 만하다. 사진=tvN 제공 하정우가 맡은 기수종은 꿈만 크고 대책은 없는 ‘철딱서니 없는’ 캐릭터다. 기대되는 건 하정우 전매특허인 ‘결핍의 미학’이다. 영화 ‘터널’에서 터널에 갇힌 좁은 차 안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던 그의 생존 본능과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최형배가 보여준 서늘한 카리스마가 기수종이라는 인물 안에서 어떻게 뒤섞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하정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대사 처리로 비극적인 상황조차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배우다. 이자를 갚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무너져가는 기수종의 모습은 하정우의 생활 밀착형 연기와 맞물려 극에 페이소스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도 수백억 대 빌딩을 보유한 하정우가 드라마에서는 ‘영끌’에 허덕이는 생계형 건물주를 연기한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여유로움을 지우고 캐릭터의 절박함을 채워 넣을 그의 연기 변신에 임 감독은 “10년 만에 찾아온 대운의 캐스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과제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하정우의 연기력은 이미 검증됐지만 최근 흥행 면에서는 다소 정체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스크린과 달리 호흡과 디테일이 중요한 드라마에서 기존의 선 굵은 연기를 어떻게 변주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tvN 제공 이제 남은 건 성적표다. 앞서 방영된 ‘언더커버 미쓰홍’은 촘촘한 심리전과 박신혜의 열연에 힘입어 자체 최고 시청률 13%를 기록, tvN 토일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후속작인 ‘건물주’ 역시 전작의 장르물적 성향을 계승하면서도, 현실 밀착형 소재인 ‘부동산’과 ‘서스펜스’를 결합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정조준한다.
무엇보다 ‘건물주’의 가장 큰 소구 포인트는 장르물 특유의 긴장감 위에 얹어진 ‘블랙 코미디의 진수’다. 우리 시대의 화두인 ‘부(富)’에 대한 갈망을 임필성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 연출과 하정우 표 해학으로 풀어내며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여기에 임수정, 심은경 등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주연진은 물론, 특별출연하는 김남길과 일본의 톱스타 미야비까지 가세한 화려한 라인업은 극의 밀도를 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