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6 WBC 한일전 선발 투수로 나서는 기쿠치 유세이. [AP=연합뉴스]
한일전에서 맞대결하는 일본 선발 투수 기쿠치 유세이(35·LA 에인절스) 공략의 관건은 결국 슬라이더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숙명의 한일전을 치른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아시안게임 제외·일본 사회인 야구 선수 출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10연패(1무 포함) 중인 한국으로서는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다. 한국은 지난 5일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하루 휴식을 취했고, 일본은 6일 대만을 7회 콜드게임으로 꺾은 뒤 연전을 치른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한국전 선발 투수로 기쿠치를 예고했다. 2019년부터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기쿠치는 일찌감치 한국전 선발 등판 가능성이 점쳐졌고, 큰 이변 없이 예상대로 마운드에 오른다. 일본 프로야구(NPB) 통산 73승, MLB 통산 48승을 기록 중인 백전노장.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함께 일본 투수들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다.
Los Angeles Angels starting pitcher Yusei Kikuchi throws in the first inning of the MBL game between the Los Angeles Angles and the Milwaukee Brewers at American Family Field in Milwaukee, Wisconsin on Thursday, September 18, 2025. Photo by Tannen Maury/UPI/2025-09-19 12:15:47/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한국이 기쿠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공략해야 한다. 특히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한 왼손 타자들은 타석에서 슬라이더를 염두에 둔 대응이 필요하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기쿠치는 2025시즌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 구사율이 33%(포심 패스트볼 36%)였지만, 왼손 타자에게는 51%(포심 패스트볼 32%)까지 끌어올렸다. 왼손 타자를 만나면 구종의 절반 이상이 슬라이더였는데 이는 38%(포심 패스트볼 46%)였던 2024시즌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레퍼토리는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다. 기쿠치는 지난 시즌 초반 변형 슬라이더의 하나인 스위퍼를 장착했다. 수준급 왼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로 수평 움직임이 큰 스위퍼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기쿠치의 기존 슬라이더와 커브는 수직 움직임이 강한 편이어서 이를 보완할 새로운 구종이 필요했다. 쉽게 말해 왼손 타자 상대로,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움직임을 스위퍼에 기대한 것이다.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과 체코의 경기. 8회말 2사 한국 저마이 존스가 솔로 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자축하고 있다. 2026.3.5 [연합뉴스]
기쿠치는 곧 스위퍼를 포기했다. 강한 좌우 움직임을 얻기 위해 팔 각도를 미세하게 낮췄지만, 오히려 투구 메커니즘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기쿠치는 이를 두고 "슬라이가 약간 컷 패스트볼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커브의 움직임도 예전만 못했다"며 "두 구종을 살펴봤을 때 투구 자세의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전에서도 기쿠치의 투구 레퍼토리는 비슷할 전망이다. 왼손 타자로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커브와 체인지업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