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 그녀들의 법정’ 서현우, 최영준, 연우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세 여성 변호사 주역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여성 서사를 앞세운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 절묘한 남성 캐릭터 활용으로 극에 흥미진진함을 불어넣고 있다.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 등 주연 3인방 뿐 아니라 ‘아너’의 ‘놈놈놈’ 트리오, 서현우와 최영준, 연우진 호연도 빛났다는 평가다.
지난달 2일 첫 방송한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은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 윤라영(이나영), 강신재(정은채), 황현진(이청아)의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웰메이드 스릴러란 호평을 받으며 지난 2일 자체 최고 시청률 4.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를 기록했다.
극중 세 변호사는 거대한 범죄 카르텔을 배후로 둔 비밀 성매매 어플 ‘커넥트인’과 20년 전 한국대 남학생 실종 사건이 얽혀들며 위기를 마주한다. 이 가운데 제작진이 이들을 몰아넣거나, 조력하면서 전개를 ‘밀당’하는 영리한 ‘남캐’ 사용법이 도드라졌다.
‘아너: 그녀들의 법정’ 서현우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먼저 서현우가 연기한 박제열은 단연 ‘나쁜 놈’으로 퇴장까지 강렬했다. 극중 박제열은 표면적으로는 검사이자 자상한 아버지지만, ‘커넥트인’의 실무자로 딸뻘 미성년자들을 착취하는 빌런이다. 20년 전 윤라영을 성폭행하다가 반격당해 기억을 잃은 뒤, 세 친구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열혈사제2’의 최종 보스로 비리 검사를 연기했던 서현우는 그간 다채로운 빌런을 소화해왔으나 ‘아너’에선 여성 범죄를 저지르는 만큼 유독 저열하게 그려졌다. 겁먹은 윤라영에게 속삭이듯 가스라이팅하는 장면부터, 악행을 폭로 당한 뒤 총을 들고 발악하는 최후의 장면까지. 박제열이 지닌 비정상적인 집착을 서현우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몰입을 높였다. ‘아너: 그녀들의 법정’ 최영준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최영준이 분한 형사 구선규는 ‘의심’을 놓지 않는 조력자로 풍성함을 더했다. 황현진의 남편인 구선규는 자꾸 비밀이 생기는 아내를 믿고 싶어도, 형사로서 예리한 감으로 인해 내적 갈등을 계속 한다. 아내에게 어렵게 생긴 2세가 자신과의 아이가 아니라는 막장 설정도 품고 있기에 더욱 행보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최영준은 그의 전작에서 자주 볼 수 있던 다정한 얼굴에다 때때로 날카로운 눈빛을 스치면서 전개에 혼선을 줬다. 특히 동료 형사 승진(정희태)이 ‘커넥트인’의 끄나풀이란 낌새를 파악하고 그의 총기 협박에 먼저 대응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내의 편에 서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여기에 최영준의 절제된 연기톤은 다소 과장된 상황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아너: 그녀들의 법정’ 연우진 (사진=KT 스튜디오 지니) ‘싸한 놈’ 백태주는 연우진이 완성했다. IT 기업 더프라임 대표인 백태주는 강신재에게 호감을 표하며 그와 전략적인 약혼을 통해 세 변호사의 편에 선다. 기술은 약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조력자처럼 등장했으나 점차 수상한 행보를 보여주며 9회에선 그의 진짜 정체가 드러났다.
연우진이 지닌 부드러운 이미지가 반전으로 십분 활용됐다. 내내 조곤조곤한 어조로 강신재에게 신뢰를 심어줬던 그는 “사필귀정을 좋아한다” 같은 뼈 있는 말들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회수하는 등 제대로 된 흑막을 보여주고 있다.
‘아너’가 특별한 건 흠결 없는 피해자 여성이 ‘사이다’를 터뜨린다는 이분법적 구도로만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인물 각자가 지키려는 ‘명예’와 선택에 따른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극중 ‘커넥트인’은 오랜 남성 중심 권력 사회가 가진 욕망에 관한 모순을 보여준다. 다만 캐릭터들의 관계가 단순히 성별 대립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며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보도록 메시지를 던지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