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29, 59. 가을야구에 나서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모자엔 특별한 번호가 있다. 무슨 번호일까. 정규시즌 도중 부상으로 이탈해 가을야구에 함께 하지 못한 선수들의 등번호다. 남은 선수들은 몸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열정과 정신은 함께 한다는 의미로 그들의 번호를 새겼다. 세 선수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9. 백정현
백정현은 올 시즌 전반기 삼성의 굳건한 필승조였다. 전반기 29경기에 나와 2승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95(32⅓이닝 7자책)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왼쪽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그 뒤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회복 및 재활 훈련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결국 가을야구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포커페이스, 시크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백정현은 모자에 새겨진 자신의 번호를 보고 "사실 별다른 생각은 안 들었다. 경기를 보다가 '내 번호 있네?'정도의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팀원들을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는 "'다들 부상 없이 끝까지 버텨내고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하면서 경기를 봤다"고 말했다.
삼성 선수들 모자에 새겨져 있는 66(박승규) 29(백정현) 59(이재희)의 등번호. 삼성 제공
59. 이재희
시속 150km대의 공을 뿌리며 올 시즌 필승조에 안착한 이재희도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지난 4월 말,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것이다. 시즌 전 이탈한 김무신(개명 전 김윤수)에 이어 이재희까지, 삼성은 두 명의 파이어볼러를 잃으며 불펜 구축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제대해 올해 가을야구 마운드를 꿈꿨던 이재희의 꿈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이재희는 가을 무대에 나선 선수들을 보며 "멋있고 본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가을야구에 못 나가) 아쉽다"라면서도 "정말 힘든 상황이 많았는데 다 이겨내고 지금 가을 무대에서 증명하고 있는 동료들이 멋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팀원들이 모자에 번호를 새겨줘서 고맙다. 내년엔 꼭 같이 1군 무대에서 잘하고 싶다"라는 각오도 함께 전했다.
삼성 백정현. 삼성 제공1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삼성과 LG 경기. 삼성 투수 이재희가 8회 등판 역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4.15.
66. 박승규
외야수 박승규는 올 시즌 삼성의 '복덩이'였다. 올 시즌 64경기에 나서 타율 0.287(174타수 50안타) 6홈런, 14타점, 39득점, 5도루를 기록했다. 시즌 초중반 리드오프 김지찬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날카로운 공격력과 호수비로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경기에서 빠른 공에 오른손 엄지를 맞으며 이탈했다. 분쇄 골절 소견을 받은 그는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동료들의 모자에 새겨진 자신의 번호를 보며 박승규는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삼성 라이온즈(선수단)에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대단하고 멋지다. 중간에 힘든 순간을 함께 해서 더욱더 감독이다"라며 "팀이 하나 돼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짜릿하고, 저 자리에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든다"라고 전했다.
삼성 박승규. 삼성 제공
이어 박승규는 "동료들 모자에 쓰여있는 번호를 보면, 더욱더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회복해서, 앞으로 그라운드에 서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 감동들을 팬분들에게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빠른 회복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