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개 대회 연속으로 1차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차전에서 호주에 7-8로 졌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한국의 7대8 패배로 끝났다. 한국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WBC에서는 1라운드 상위 2개 팀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호주, 일본, 중국, 체코와 B조에 속한 한국은 1차 목표를 조 2위(8강)로 잡았다. 한일전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호주를 잡아서 8강 진출의 발판을 만들 계획이었다. 호주를 잡아야 10일 일본전을 ‘보너스 게임’으로 치를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과 일본 취재진이 아무리 한일전에 대해 물어도 “중요한 건 호주전이다. 첫 경기에 올인하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선수들 인터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제1회 대회였던 2006 WBC에서 4강에 진출한 뒤 2009 대회에서는 준우승 신화를 이뤘다. 메이저리거가 대거 참가하는 무대에서 세계의 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2013 WBC, 2017 WBC에선 연거푸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13년엔 네덜란드와 1차전에서 0-5로 졌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2승1패로 마치고도 짐을 쌌다. 2017년에는 야구 변방인 이스라엘과의 1차전에서 1-2 충격패를 당했다. 당시 한국은 1승2패로 1라운드 탈락 고배를 마셨다. 모두 1차전 패배가 문제였다.
때문에 이번 WBC를 앞두고 한국은 호주를 지나칠 만큼 의식했다. 대회 준비 과정과 선수단 각오를 보면 결코 방심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패인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7회 제구가 되고 안정적인 투수(소형준)여서 중요한 순간에 투입했다. 거기서 3점을 주면서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 경기도 봤지만, 경기 초반을 끌어줘야 할 투수는 베테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면서 국민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줬다. 여기에 앞선 두 차례 WBC 부진이 맞물리면서 젊은 선수들이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호주전 승리가 압박감을 날릴 기회였으나, 충격의 재역전패로 부담은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