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이하 ‘사처방’)가 침체된 주말 안방극장에 기분 좋은 ‘활력’을 처방하고 있다. 데뷔 10년차 이상의 베테랑 배우들이 빚어내는 앙상블, 그리고 자극적인 막장 전개 대신 택한 유머러스한 치유 과정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사처방’은 30년간 악연으로 얽혀온 두 집안이 오해의 실타래를 풀고 하나의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는다. 드라마는 ‘한의원’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배경으로 두 집안의 팽팽한 기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특히 공명정대한의원 원장 공정환(김승수)과 양지바른 한의원 원장 양동익(김형묵)의 관계는 작품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원수지간이자, 양동익의 첫사랑이 공정환의 아내 한성미(유호정)라는 설정은 두 남자의 ‘앙숙 케미’를 더 쫄깃하게 한다.
이러한 긴장감은 촬영장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공씨 집안과 김씨 집안 출연진이 각각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따로 개설해 의견을 나눌 만큼, 작품 속 대립 구도가 현실에서도 자연스러운 ‘신경전’으로 치환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처방’의 매력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풍성한 이야깃거리에 있다. 공정환과 양동익의 중년 브로맨스 외에도 공주아(진세연)와 양현빈(박기웅)이 그리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서사는 젊은 시청층의 설렘을 자극한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사랑 전도사’로 불리지만 속사정은 다른 한성미 부부의 이면, 최근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이희경(김보정)의 가출 사건 등은 매회 리모컨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사진=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방송 캡처.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어진 악연이 현재의 인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소재가 흥미를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하며 “진세연과 박기웅이 ‘각시탈’ 이후 14년 만에 재회하며 확보한 화제성 그리고 이미 세 번째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유호정과 김승수의 노련한 케미가 흥행의 기폭제가 됐다”고 전했다.
관건은 KBS 주말극의 부활을 알린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이하 독수리 5형제)’의 기록을 넘어서느냐다. 지난해 8월 종영한 이 작품은 사별한 맏형수 마광숙(엄지원)이 시동생들과 ‘독수리 술도가’를 재건하는 치열한 생존기로 호평받았다. 최고 시청률 21.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2025 KBS 연예대상에서 엄지원과 안재욱에게 공동 대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사처방’의 차별화된 매력은 생존을 넘어선 ‘치유’에 있다. ‘독수리 5형제’가 술도가의 재건을 위해 마광숙의 희생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사처방’은 앙숙인 두 집안이 서로의 상처를 처방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포괄적인 ‘연대’의 정서에 집중한다.
이러한 따뜻한 서사는 “가족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한준서 감독의 포부와 맞닿아 있다. 현재, 50부작 대장정 중 초중반에 진입한 ‘사처방’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17.2%을 뛰어넘고 KBS 주말극의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인다.
진세연, 유호정, 김승수, 김형묵, 소이현, 박기웅 등 출연진들이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에서 열린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연출 한준서, 극본 박지숙) 제작발표회에서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