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또 한 번 칼을 갈았다. 지난해 7월 SM6 부분변경으로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개선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카페이먼트, 안전지원 콜 서비스 등의 스마트 기능을 더한 연식변경을 단행했다. 상품성을 높였지만, 가격은 오히려 낮춰 '가성비'를 고객 공략 포인트로 삼았다.
갈수록 눈높이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르노삼성의 '진심'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3, 14일 양일간 새롭게 돌아온 2022년형 SM6(TCe 260)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강원 일대를 달려봤다.
차 안에서 식음료 결제·수령
2022년형 SM6의 외관은 이전과 동일하다. 태풍의 눈 로고를 중심으로 크롬 그릴이 펼쳐지고 특유의 C자 주간주행등(DRL)이 르노삼성의 세련미를 보여준다. 어디 모난 데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후면부도 가로 선이 강조된 LED 후미등이 고스란히 달렸다.
내부는 적잖은 변화가 있다. 먼저 인카페이먼트의 적용이다. 인카페이먼트는 차량에서 주문부터 결제, 수령까지 할 수 있어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에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는 서비스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인포테인먼트 속 오윈 앱을 열어서 순서에 맞게 커피를 주문했다. 이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니 카페 직원이 나와 커피를 건네줬다. '일상 속 다양한 측면에서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라는 르노삼성의 설명이 십분 이해됐다.
인카페이먼트는 현재 편의점과 주유소, 일부 음식업종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점차 사용 가능한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운전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SM6의 또 다른 내적 변화는 안전지원 콜 서비스인 어시스트 콜 기능이 장착됐다는 것이다. 어시스트 콜은 사고와 같은 긴급 상황 발생 시 24시간 운영 전담 콜센터를 통해 긴급구조 신고와 사고처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고장 발생 시 견인 또는 서비스 거점 안내를 지원하는 고장 헬프 콜 기능도 새롭게 도입됐다. 응급 상황용인 만큼 시승 중에서는 실제 써보지 못했다.
아울러 아날로그 계기판에서 디지털 클러스터 화면으로 변경됐다.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 화면을 장착해 한눈에 차량 제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티맵 내비게이션을 연동한 9.3인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한결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 밖에 시트 위치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이지액세스, 마사지 시트 등이 갖춰졌다. 심(SIM)카드 전용 하이패스 기능을 포함하는 프레임리스 룸미러도 새롭게 적용됐다.
1.3 터보엔진 탄탄한 주행성능 눈길
신차의 파워트레인은 TCe260과TCe300, 2.0 LPe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이중 기자가 시승한 TCe260은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1.3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게트락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와 맞물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6.5kg.m의 힘을 낸다.
실제 주행해본 결과 실용영역인 엔진회전수 1500~35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돼 복잡한 도심 주행 환경에서 민첩한 주행이 가능했다. 단 출발 반응은 더딘 편이다. 이런 단점은 가다 서기를 반복할 때 더욱 크게 느껴졌다.
실망하기 이르다. 시승 코스 중 70%가 고속도로였는데, 진가는 이곳에서 드러났다. 주행 시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고 경쾌하게 쏘아져 나갔다. 4가지 주행모드(에코·컴포트·스포츠·마이센스)를 지원하는 멀티센스 기능도 있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엔진 사운드가 달라졌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엔진 사운드가 짜릿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데일리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의 성능이다.
조향감도 부드럽고 민첩하다. 일반 주행 시에는 안정감을 주며 고속 주행 시에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곡선 구간에서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양손으로 운전할 경우 올라가는 손은 운전대를 밀어주고, 내려가는 손은 운전대를 당겨주면 한층 더 안정적이고 쉬운 조향이 가능했다.
승차감 개선도 눈에 띈다. 르노삼성은 SM6를 새로 내놓으면서 토션빔의 승차감을 개선하고자 장착했던 AM링크를 뗐다. 여기에 모듈러 밸브 시스템 쇽업쇼버, 대형 하이드로 부싱을 새로 적용했다.
덕분일까. 노면에서 전달되던 진동이 차 바닥을 통해 발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이 완화됐다. 딱딱하게 설정됐던 서스펜션도 소프트하게 바뀌었다.
반자율 주행 기능도 갖춰 정체 구간이나 고속도로 주행에서 운전이 편리했다. 반자율주행을 활성화하니 차선 중앙을 찾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앞차와 거리를 계산해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용하면 연비 주행도 가능하다. 다만, 점점 작동 방식이 편리해져 가는 요즘 추세와 달리, SM6의 크루즈 컨트롤은 3~4개의 버튼을 단계별로 눌러야 작동됐다.
주행을 마친 후 확인한 연비는 12.8㎞/ℓ였다. 복합 공인연비는 13.3㎞/ℓ이지만,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급가속과 정체구간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가격은 개소세 3.5% 기준으로 TCe260 2386만~2975만원, TCe300 3387만원, LPe 2513만~2719만원이다. 현대차에서 최근 출시한 경형 SUV 캐스퍼 1.0 가솔린 터보 인스퍼레이션 모델 가격은 1960만원이며, SM6 TCe 260 SE 트림은 이보다 400여만 원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