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감동 선사·큰 족적”vs“불신과 분열 초래·이념 파탄” 극명하게 나뉜 도쿄올림픽 평가
등록2021.08.09 15:16
2020 도쿄올림픽 폐막식. 사진=게티이미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년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끝난 가운데, 일본 주요 매체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도쿄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올림픽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1년 연기가 된 상황에서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고, 일본 내 여론도 좋지 못했다. 개막 후에는 무더운 날씨와 도쿄도 내 코로나19 환자 폭증 등의 논란도 낳았다. 국민의 생명을 건 도박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고난을 딛고 일정을 모두 소화한 올림픽일 뿐만 아니라 선수촌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성공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이자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9일 ‘도쿄올림픽 폐막, 아름답게 빛난 선수들을 기리고 싶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도쿄올림픽에 대해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개최된 이례적인 대회로 오래도록 구전될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일류 선수들이 보여준 힘과 기술은 많은 감동을 주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회를 개최한 의의는 컸다고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어서 “일본을 방문한 선수와 관계자는 수만 명에 달했다. 선수촌 등에서 큰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성공의 증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며 “많은 자원 봉사자의 노력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사설을 통해 “코로나19에 의해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진행한 일본은 마지막까지 성화를 지켜냈고, 큰 족적을 역사에 새겼다. 그 사실을 지금 자랑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혼미의 제전, 재생 지향하는 계기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코로나19가 세계에서 맹위를 떨쳐 사람들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강행돼 관객의 응원도, 선수·관계자와 시민과의 교류도 봉쇄된 유례없는 대회였다”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의료 붕괴 직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아베 정권 때부터 이어진 수많은 코로나 실정, 그리고 이번 올림픽 강행으로 사회에는 깊은 불신과 분열이 새겨졌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5월 사설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올림픽 취소를 요구했었다.
같은 진보 성향의 도쿄신문도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지만, 당초 내건 이념은 모두 파탄이 된 게 분명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애당초 부흥 올림픽이니, 경비 절감을 위해 경기장을 도심 지역에 집중하는 ‘콤팩트 올림픽’이니 하는 것 자체가 유치를 위한 방편이었던 게 아닐까”라며 “무관중으로 변한 올림픽을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최할 필요성이 있었을까”라고 비판에 나섰다.
중도성향의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뿐만 아니라 도쿄도 모두 올림픽 개최를 고수했다면서 정권 부양에 올림픽을 이용하려는 듯한 자세가 국민의 반발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안전·안심’만 반복할 뿐 올림픽 개최의 의의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