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스타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11일(한국시간) 열린 16강 2차전에서 파리생제르맹(PSG)이 바르셀로나와 1-1로 비기면서 1·2차전 합계 5-2로 8강에 올랐다. 킬리안 음바페(23·PSG)와 리오넬 메시(34·바르셀로나)의 희비가 갈렸다.
전날 또 다른 16강전에서는 엘링 홀란드(21·도르트문트)가 세비야를 상대로 두 골을 몰아치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는 포르투에 밀려 16강에서 탈락했다.
홀란드는 이 경기에서 나온 골로 역대 최단 기간 챔피언스리그 20골 신기록을 세웠다. 14경기에서 20골, 그야말로 무서운 득점 행진이다. 음바페와 홀란드라는 새로운 '축구 황제'들의 시대가 열렸다.
19세에 월드컵 우승한 '젊은 황제'
음바페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우승에 일조했다. 당시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9세였던 음바페는 10대 선수로는 펠레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득점을 기록하며 ‘펠레의 재림’으로 불렸다. 이후 그는 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7년 AS모나코에서 PSG로 이적, 2018~19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리그앙 득점왕에 올랐다.
올 시즌 음바페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격돌했다. 1차전에서 메시가 1골에 그치는 사이, 음바페가 해트트릭을 꽂아 넣으며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메시가 갖고 있던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25골 기록을 지워버리고 새로 썼다. ‘축구 황제’ 펠레는 “음바페가 내 후계자다. 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극찬했다.
일본 잡지 ‘풋볼리스타’는 지난 1월호에서 전 일본을 대표하는 반도 류지가 음바페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반도는 음바페에 대해 “가장 놀라운 것은 폭발적인 스피드(순간 시속 36㎞)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빠른 판단 능력과 기술이 있어 장점이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열린 2020~2021 UEFA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볼 경합을 펼치고 있는 음바페의 모습. 음바페는 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게티이미지 음바페의 드리블 능력은 단연 발군이다. 그는 빠르게 드리블하면서도 방향 전환이 자유로워 수비를 뚫어 버린다. 여기에 드리블하면서 상대 움직임을 다 보고 있기 때문에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곧바로 슈팅을 꽂는다.
'풋볼리스타'는 기사에서 “음바페의 모습이 마치 호나우두(브라질)의 전성기 시절 같다. 다만 이처럼 기술이 뛰어난 선수는 큰 부상을 당하면 이전 기량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상 관리를 잘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엘링 홀란드가 지난 10일 열린 2020~2021 UEFA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세비야와 경기에서 득점 후 세레머니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자기관리 완벽한 완성형 공격수
홀란드는 장신인데 빠르고 유연하다. 단순히 발만 빠른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라인을 깨는 움직임이 뛰어나다.
피지컬과 힘, 기술, 결정력을 모두 갖춘 홀란드는 ‘완성형 센터포워드’로 불린다. 그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만 벌써 10골을 기록 중이다. 득점왕이 유력하다.
전 잉글랜드 대표 피터 크라우치는 BT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홀란드에 대해 “움직임의 전환 수준, 오프더볼 무브(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움직임)가 엄청나다. 수비수가 없는 것처럼 경기장을 휘젓고 다니는데, 그 자체가 공포”라고 평가했다. 전 프리미어리거 오언 하그리브스는 “그의 모든 공격이 쉬워 보인다. 한 마디로 골을 넣는 기계”라고 평했다.
홀란드는 기술적인 부분 이상으로 멘털 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주목받는다. 비싼 차를 타고 화려한 파티를 즐기는 다른 축구 스타들과 달리 그는 축구에만 집중한다. 여가 시간에 가족들과 사우나를 하거나 산책을 한다.
이는 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알프-잉게 홀란드가 아들을 잘 관리하는 덕분이기도 한데, 아버지는 아들의 거취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관여하고 있다.
홀란드는 2019~20시즌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28골을 터뜨리며 폭발했다. 한껏 몸값이 오른 상태에서 시즌 도중 이적한 팀은 도르트문트였다. 메가 클럽이 아니라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갑자기 큰 돈을 벌고 최고의 클럽으로 가면 성장이 더뎌진다’며 더 많이 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팀을 선택했다. 홀란드는 이적하자마자 골을 몰아쳤다.
190㎝가 넘는 거구, 무표정한 얼굴, 무시무시한 경기력, 여기에 의외의 유머가 있는 말솜씨까지 더해져 홀란드는 전세계 축구팬에게 ‘귀여운 괴물 스트라이커’의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홀란드와 음바페는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등 세계적인 클럽에서 영입 1순위에 올린 스타들이다. 모두 차세대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이기도 하다. 이들은 득점 행진, 그리고 거취까지 축구계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