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협회)가 결단을 내렸다. 더 이상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프로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협회는 지난 27일 제29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확정해 발표했다. 대회는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다. 지난 23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개최해 총 24명(투수 9명, 포수 3명, 내야수 7명, 외야수 5명)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윤영환 경성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차동철 건국대 감독, 고천주 송원대 감독, 이재헌 동아대 감독이 각 분야별 코치를 맡는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대표팀에 프로 선수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년 간격으로 열리는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은 지난 1997년 이후 줄곧 프로 1.5군 혹은 2군급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왔다. 국군체육부대나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하던 선수들도 종종 차출됐기에 때로는 프로 1군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대회에는 김상수(키움) 이용찬(두산) 오선진 하주석(이상 한화) 김선빈 이우성(KIA) 김헌곤(삼성) 정주현(LG) 조수행(두산) 등이 한 팀으로 나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는 다르다. 프로 선수 한 명 없이 대학 선수 20명과 고교 선수 4명으로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구성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대회가 아니라면 굳이 프로 선수들을 내보내지 말고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김응용 회장의 의지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 자긍심을 심어주고, 특히 침체된 대학야구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대학선수 위주로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 태극마크의 사명감을 느끼고 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아마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해 아시아야구선수권 결과는 여느 해보다 한국 야구에 중요하다.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권과 연관이 있어서다. 한국은 일단 오는 11월 열리는 2019 프리미어12에서 올림픽 본선행 티켓에 도전한다.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 가운데 개최국 일본을 제외한 최상위에 오르고 출전 국가 전체 순위 6위 안에 이름을 올리면 곧바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다만 프리미어12에서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내년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세계예선전을 거쳐야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아시아야구선수권 상위 2개 팀만이 이 세계예선전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KBO 기술위원회는 만일을 대비해 이번 대회에 프로 1군급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대회 기간이 10월인 점을 고려해 포스트시즌 탈락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앞으로 아마추어 야구의 장기적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뜻이 강경했다.
윤영환 대표팀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를 위한 야구 관계자들의 열망과 협회의 의지를 잘 알고 있다. 프로 선수들은 없지만, 강한 정신력과 똘똘 뭉친 팀워크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대표팀이 성과를 내면 앞으로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대학 선수들과 고교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프로 선수는 없지만 프로 입단을 앞둔 선수들은 여럿 포함됐다. 투수진에는 한화에 지명된 강재민(단국대)과 최이경(동국대), LG에 입단하게 될 성재헌(연세대)가 포함됐다. 연세대 포수 정진수(삼성)와 동국대 외야수 최지훈(SK) 경남대 외야수 황성빈(롯데)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지명을 받았다.
무엇보다 역대 가장 많은 고교생 선수 네 명이 포함됐다. 그동안 아시아야구선수권에 출전한 고교생은 2007년 대표팀에 선발됐던 정찬헌(LG)과 진야곱(전 두산)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KT 1차지명 투수 소형준(유신고)과 롯데 1차지명 투수 최준용(경남고)이 뽑혔다. 유독 수준급 투수 자원이 부족한 대학 야구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구원군으로 합류했다. KT에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유신고 포수 강현우와 역시 KIA에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야탑고 내야수 박민도 대학생 형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총 8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2개 조로 나뉘어 풀 리그를 치른 뒤 각 조 상위 2개 팀이 본선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예선 라운드와 본선 라운드 성적을 합산한 종합 성적 1·2위팀이 결승전을 치러 우승팀을 결정한다. 한국은 가장 멤버가 화려했던 2015년 대회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했고, 2017년 대회에선 일본과 대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대표팀은 10월 2일부터 국내 강화훈련을 시작한 뒤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