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편의점 냉동고가 아이스크림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빙과 업체들이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되자 앞다퉈 '여름 사냥'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무더위가 이어지며 아이스크림을 찾는 고객이 늘었지만, 빙과 업계는 수요를 맞추지 못해 입맛만 다신 바 있다. 올해는 물량 확보와 함께 신제품을 서둘러 내놓는 등 지난해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해마다 쪼그라든 시장…무더위가 희망 불씨 살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소매점 매출 기준 지난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1조3797억원으로 2017년 1조6837억원 대비 3040억원이 줄어 약 18.1% 축소됐다.
분석 기간을 2013년 이후로 넓혀 보면 그 규모가 2015년 한 차례를 제외하곤 매년 속절없이 줄고 있어 업계를 안타깝게 만드는 상황이다.
이는 저출산 영향에 따라 주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감소하고 카페 프랜차이즈 등 대체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저당·웰빙 트렌드 등 역시 아이스크림 수요를 줄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빙과 업체 입장에서 이처럼 매출 규모가 준다는 것은 해당 공장 가동률 저하에 따른 생산성과 수익성 저하는 물론이고, 회사 전체의 외형 축소로 이어져 주요 수입원 중 하나를 잃게 된다는 의미여서 그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걱정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지난해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다시금 반등의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고 기온 33도 이상을 뜻하는 '폭염 일수'는 31.5일로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서울 시내 최고 기온도 1994년 이후 처음으로 39도를 넘어섰다.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던 7~9월 빙과류 매출은 최대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편의점에서는 30%에서 많게는 5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빙과 업체들은 지난해 무더위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물량 예측에 실패하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갔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제과 등 빙과 업계 '빅4'는 올해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물량 확보에도 박차를 가해 예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빅4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기준 롯데제과가 27.97%, 빙그레 23.73%, 롯데푸드 15.26%, 해태제과 14.01% 순으로 전체 시장의 약 81%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여름이 예년보다 더 더울 것이라는 관측은 이들 빅4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무더위로 매출이 급등하는 등 더위 수혜를 톡톡히 봤다. ‘무더위보다 나은 마케팅은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며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지난해보다 올해 여름이 더 더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빙과 업계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뜨거워진 신제품 경쟁
잇따른 핑크빛 전망에 업계는 앞다퉈 신제품 출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업계 1위 롯데제과는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아이스크림 '설레임' 디자인을 리뉴얼하는 등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 마케팅에 나선 상태다. 새단장한 설레임은 기존 제품 정체성은 유지한 채 브랜드 스토리를 담고 색깔 등을 2가지로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시원한 느낌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 롯데제과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오렌지와 망고를 활용한 새로운 맛으로 라인업도 확보했다. 여기에 '설레임 초코쉐이크'를 추가해 제품군을 더욱 확장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롯데제과는 진한 초콜릿에 열대 과일 코코넛과 커피를 활용한 빙과 제품 '코코모카바'를 지난달 15일 출시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여름 빙과 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하반기에 좋은 성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2위 빙그레는 자사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 '비비빅'을 활용한 고급화 제품 '비비빅 더 프라임 흑임자'를 출시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3월 '비비빅 더 프라임 인절미'로 1년 만에 250만 개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빙그레는 '슈퍼콘'의 새 모델로 영국 프리미어리거 손흥민을 발탁해 최근 인기리에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 중인 야심작 '슈퍼콘'의 상승세를 이끌 선봉장 역할을 부여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신제품보다는 기존 제품의 확장형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다"며 "작년 물량 부족으로 매출을 극대화하지 못한 만큼 올해는 물량 확보에도 각별히 신경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도 최근 들어 글로벌 청과 브랜드 델몬트를 활용한 과일 맛 빙과 제품인 '델몬트 망고&크림'과 '델몬트 복숭아바'를 선보이며 여름 성수기 공략에 나섰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민트와 초콜릿으로 맛을 낸 '라베스트 민트 초코콘', 지난 2011년 단종된 '별난바' 재출시 등 신제품을 활발하게 출시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올해 여름도 더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델몬트 아이스크림 라인업을 확대하게 됐다"며 "향후 과일 맛 아이스크림 제품군을 더욱 확장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10일 최고 등급의 우유 함량을 전문점 수준인 40%로 대폭 높인 '부라보 소프트콘'을 내놨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우유 함량이 40% 수준이다. 공기 층을 줄이고 그 속에 우유가 더 스며들도록 해 우유 맛이 고소하고 진하다. 디저트 카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부라보콘의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까지 대중성을 확대한 새로운 시도"라며 "가치소비와 가성비라는 시장에서 중시하는 요소를 충족한 제품인 만큼 올여름 성수기에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