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호텔신라)이 올해 마지막 '매물'이었던 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김포공항은 국내 면세 시장에서 점유율이 극히 적을 뿐 아니라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신통치 않은 사업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과 치열한 경쟁 끝에 김포공항 입성에 성공했다. 업계는 면세 시장 1위 도약을 위한 신라면세점의 야심을 보여 준 행보로 보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와 관세청은 김포공항 DF2 구역(주류·담배) 면세점 사업자로 신라면세점을 선정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롯데면세점과 함께 최종 후보로 압축된 신라면세점은 총점 1000점 만점 중 934.5점을 얻었다. 공항공사 측은 롯데면세점의 총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는 과거 면세 사업권을 반납한 이력이 없고, 면세 시장 내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신라면세점이 조금 더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 김포공항은 같은 국제공항이긴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2터미널과 비교해 규모가 작다. 신라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낸 DF2 구역은 773.4㎡(221평) 규모다. 직전까지 이곳에서 사업을 한 시티플러스의 매출액은 49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사도 잘되지 않았다. 시티플러스는 경영 악화에 따른 임대료 체납으로 김포공항에서 짐을 쌌다.
공항공사는 신라면세점이 시티플러스를 대신해 김포공항에 들어와 사업해도 600억원 안팎의 연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면세 시장의 0.35% 수준에 그친다.
그렇다면 신라면세점은 왜 김포공항을 선택했을까. 돈이 되지 않는 김포보다 최근 각 면세점 업계가 공들이는 시내 중심과 온라인 면세점 확대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김포공항의 미래 가치에 높은 점수를 줬다. 현재는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인 '한한령' 때문에 관광객이 뜸하지만 향후 관계가 개선될 경우 김포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위상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라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한한령'으로 중국인을 실은 전세기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매출이 다소 위축된 부분이 있다. (시티플러스 등) 중견 면세 사업자들이 중도에 포기한 사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어렵지만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한한령'이 풀릴 경우 김포공항은 면세 사업장으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또 대기업이 들어갈 수 있는 국내 4개 국제공항 중 한 곳으로서 신라면세점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9일 중국 당국이 상하이시 관내 여행사 3∼4곳에 앞으로 한국의 단체 관광을 허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호텔신라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가량 상승, 거래됐다.
신라면세점은 김포공항 사업권을 따내며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35.9%)과 점유율 격차를 5~6% 선까지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를 넘어 글로벌 1위를 향해 가겠다는 것이 신라면세점의 각오다.
신라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인천·홍콩 첵랍콕·싱가포르 창이 등 아시아 3대 국제공항을 동시에 운영하는 세계 유일한 사업자로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1위 도약을 향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