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위원들도, 선수들도 모두 이렇게 얘기합니다. 평창겨울올림픽은 아마도 겨울스포츠 역사상 가장 잘 조직된 대회였다고요. 한국 국민은 이를 기뻐하고 자랑스럽게 여기세요." 구닐라 린드베리(71) IOC 조정위원장은 2018 평창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25일 오후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평가했다.
겨울올림픽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 2920명 선수가 출전한 평창올림픽이 17일간의 대여정을 마감했다.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일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운영과 흥행, 기록 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최근 열렸던 2014 소치겨울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하계올림픽이 부실한 대회 준비와 치안 문제로 해외 언론의 맹비난을 받았던 점과 비교하면 이번 평창올림픽은 말 그대로 깔끔하게 치러진 대회였다.
나이지리아 에리트레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에콰도르 코소보 등 6개 국가들이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했고, 출전 선수 가운데 여성 비율이 42%로 역대 겨울 대회 가운데 최고를 기록하는 등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장면이 강원도의 작은 도시 평창에서 연출됐다. 게다가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점에 열린 이번 올림픽이 우리나라와 미국 북한 일본 중국 등 '외교의 장'으로 활용되는 등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인들에겐 낯설기만 했던 '평창'이라는 지명이 이제는 '평화의 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개회식에서 남북이 2007 창춘겨울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에 역사적인 공동 입장을 하며 의미를 더했다. 북한이 참가를 결정하면서 흥행에도 도움이 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해 국내에서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북한의 참가로 국내외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입장권 판매율이 98%까지 올라갔다. 쇼트트랙에서 세계신기록이 두 개 나왔고,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신기록이 15개가 양산되는 등 경기 내용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대회 기간에 강한 바람으로 스키 종목 경기 일정이 몇 차례 바뀌기는 했으나 이번 대회 여자 알파인 대회전에서 우승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이 "실외 스포츠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불가항력적인 문제였다. USA투데이는 '안전한 올림픽 만들기'라는 평창발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강력한 총기 규제로 총기 난사는 생각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2014 소치 대회 때 곳곳에 무장 군인이 서 있던 것과는 달리 평창에선 '보안 조치가 거의 없어 보이지만 훨씬 편안한 분위기'라고 대조하기도 했다.
위생과 수송 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것은 옥에 티다.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과 강릉에서 이달 들어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200명에 달했고, 대회에 출전한 스위스 선수 2명이 감염되는 등 위생에 다소 허점이 드러났다.
수송에서도 설 연휴 기간 강릉 및 평창 시내에 일부 체증이 발생했고, 외국인들이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 대회 초반에 버스 기사와 자원봉사자 등 일부 운영 인력들이 처우에 불만을 나타내며 항의하는 사례가 나온 점도 아쉬웠다.
대회 이후 경기장 활용 계획은 올림픽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마지막 단계다. 린드베리 위원장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하키센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경기장 3곳의 대회 이후 활용 계획을 25일 오전 평창조직위로부터 보고받았다"면서 "자세한 활용 계획은 수주 내로 알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강원도는 3개 경기장을 존속시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시설로 사용하기로 하고 재정 분담 비율을 현재 논의 중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안방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에서 역대 겨울스포츠 최다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해 모두 17개 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전체 메달 수는 2010 밴쿠버 대회에서 따낸 14개(금 6·은 6·동 2)를 훌쩍 넘어섰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효자 종목에서 메달을 쓸어 담고 스키(스노보드), 스켈레톤, 컬링, 봅슬레이로 메달밭을 확장한 것은 큰 소득이다.
겨울올림픽 6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는 3개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게 최고였다.금메달 수는 2006 토리노·2010 밴쿠버 대회(이상 6개)보다 1개 모자랐지만, 전체 메달 수의 증가와 종목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겨울스포츠는 평창올림픽에서 대성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