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서른즈음에'는 웃음과 감동, 거기에 좋은 음악까지 담겨 있는 종합 선물세트다. 쌀쌀한 가을, 따뜻함을 선사하며 공연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공연이 시작된 '서른즈음에'는 예능 PD와 작가들이 뭉쳐 주크박스 감성 뮤지컬을 탄생시킨 작품이다. '히든싱어' 조승욱 PD와 '아는 형님' '라디오스타' 황선영 작가와 '상상플러스' '승승장구' '아는 형님' 최미연 작가가 뭉쳤다. 여기에 고(故) 김광석 노래로 유명한 '서른즈음에' 작곡가인 강승원이 음악 감독으로 가세했다. 방송가 베테랑이 뭉쳐 공연계를 '핫'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서른즈음에'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잊고 있던 추억을 꺼내보며, 삶의 고단함을 견딜 힘과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작품이다. B1A4 산들, 백형훈, 유주혜, 케이가 출연한다.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12월 2일까지 공연되며, 인터파크와 멜론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귀를 즐겁게 하는 감성 촉촉한 노래 강승원 작곡가의 대표곡들로 가득 채워졌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뿐 아니라 성시경의 '처음' '태양계' 이적의 '나는 지금' 자이언티의 '무중력' 윤도현의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등의 노래가 편곡돼 흘러나온다. 명곡들이 뮤지컬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며 따뜻함을 선사했다. 극 중 중년의 현식이 찬란했던 청춘이었던 1997년으로 돌아가 20대 끝자락을 음악과 함께하며 꿈을 꾸는 모습이 그려졌다. 음악이 전부였던 시절, 음악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취업을 택했다. 그 선택이 처음엔 슬프게만 다가왔지만, 되돌아보니 그 안엔 삶의 행복이 담겨 있었다. 곁엔 늘 가족이 있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연인과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현식. 그 마음을 강승원 작곡가의 노래들로 잔잔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름다운 영상미로 채운 무대 디자인 여느 뮤지컬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대다. 디자인이 복잡해 이것저것 구성된 세트들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구조다. 대신 다양한 영상들로 무대 디자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 예쁘게 물든 낙엽, 푸르른 숲길까지 그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현실감을 살린 아름다운 영상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연기와 가창력으로 승부한 아이돌 산들(B1A4)과 케이(러블리즈)가 뮤지컬 배우 백형훈·유주혜와 함께 더블캐스팅이 됐다. 아이돌 둘과 뮤지컬 배우 둘의 조합으로 윈윈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산들은 아이돌이지만, 2012년 '형제는 용감했다'를 시작으로 '올슉업' '신데렐라' '삼총사' 등의 다양한 뮤지컬에 출연하며 경력을 다졌다. 베테랑다운 면모를 드러내며 후배 케이를 이끌었다. 케이는 '서른즈음에'가 데뷔 첫 뮤지컬이다. 그럼에도 평소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그였기에 안정적인 연기력과 폭발적인 노래로 150분을 채웠다. 처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상큼 발랄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옥희 캐릭터의 매력을 100% 발휘하며 넘치는 끼로 무대를 물들이고 있다.